한만진 LG전자 인사노경담당 상무보
2000년을 앞두고 온세상이 떠들썩하다. Y2K문제에서 천년둥이(밀레니엄 베이비)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분야에서 새 천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지금이 단순한 해바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역사적 전환기라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IMF위기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기대심리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천년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신지식과 신기술 그리고 신사업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종래와는 전혀 다른 공동체 사회를 가능케 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서로 만나며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쳐 소프트화가 진전되면서 지식이 기업의 핵심역량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식경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미래기업의 기본적인 경제활동의 원천과 생산요소는 자본·토지·노동이 아니라 지식이며, 지식은 전통적인 생산요소와 같은 또 하나의 자원이 아니라 오늘날 유일하게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지식과 기술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등장을 예고하게 되며, 기업경영에 있어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변화라고 하는 것은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선택과 포기의 양면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새 천년을 앞두고 가장 필요한 것은 욕심과 아집을 버릴 수 있는 진정한 용기인 셈이다.
세계적 관점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선택하고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자해야만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희망차게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을 위한 포기라는 진정한 용기는 사업이나 인력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는 이제 더 이상 시위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개를 돌려 나라 밖을 보아야 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 우주를 생각해야 할 시점인 만큼 우리의 경쟁상대가 과연 누구이며 함께 손잡아야 할 파트너는 또 누구인가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노와 사가 함께 현재의 위기상황을 공유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세계와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훨씬 더 철저하며 수준있고 강도높게 참여시키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대립과 반목, 투쟁과 통제, 소비적 교섭관행은 20세기의 마지막 유물로 남기고 신뢰와 존중, 조화와 협력, 창조적 교섭관행을 디딤돌 삼아 노사 신기원을 열어 나가야 할 때다.
바로 눈앞에 와 있는 새 천년은 진정으로 용기있는 자가 누구인지, 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역사적 시험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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