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민주당, Y2K 피해소송 제한 입법싸고 "신경전"

 컴퓨터의 2000년(Y2K) 인식오류 문제와 관련된 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Y2K로 인한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내에선 Y2K 소송제한법을 제정하려는 공화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맞서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매케인 상원 상업위원장이 제안하고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Y2K 소송제한법은 △90일간의 냉각기를 도입, 분쟁의 자율조정을 도모하고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을 25만달러, 기업주의 책임한도액을 10만달러로 각각 제한하며 △정부기관은 배상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매케인 의원은 Y2K문제의 불가측성을 근거로 『(소송으로 인해) 기업들이 무고하게 당하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나 소비자 피해보상권에 따라 『컴퓨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Y2K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손해배상 상한선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화당의 입법 움직임을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원 상업위 소속인 민주당의 어네스트 홀링스 의원은 매케인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이 『실리콘밸리로부터 떡고물을 얻기 위해 첨단 기업들에 아부하고 있다』며 맹공했다.

 실제로 Y2K 소송은 이미 미국에서만 100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본격화될 2000년 1월 1일 이후엔 엄청난 소송대란이 예상돼 컴퓨터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들 업체는 그동안 줄기차게 소송제한법의 제정을 위한 로비를 벌여왔다.

 반면 민주당은 Y2K의 최종 피해자가 될 일반 컴퓨터 사용자와 기업들로부터 법안 처리를 막아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또 1조달러까지로 예상되고 있는 대규모 소송 특수를 누리게 될 변호사업계도 소송제한법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안관은 의회가 소송제한법을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법처리를 강행하려는 공화당측을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Y2K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결국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안팎의 반대가 거세자 공화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법안 내용을 소비자 권리를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백악관의 거부권을 피해간다는 전략하에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법안처리 일정을 이번주로 연기하고 민주당측과의 협상에 나섰다.

 공화당이 제시하고 있는 타협안에는 사기 등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상한선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고객의 Y2K문제 해결 요청에 불응하는 경우 냉각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타협안에 대해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양측의 입장 차이가 처음보다는 좁혀졌지만 민주당 강경파들이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측도 Y2K 소송대란과 관련된 법안 마련의 필요성 자체엔 공감하고 있어 공화당이 지금보다 진전된 수정안을 제시하면 소송제한법에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도 양당이 지지기반의 차이에서 오는 입장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Y2K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견해를 같이하고 있어 상호 양보를 통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주내로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해 소송대란이 벌어질 경우 이들의 Y2K문제 해결 노력이 차질을 빚게 돼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공화당과 소송제한법이 오히려 기업의 Y2K 해결 노력을 느슨하게 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민주당이 어떤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것인지는 Y2K문제의 국제성에 비춰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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