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항공기" 사업 중단 배경

 차세대 유망사업의 하나였던 중형항공기 개발 사업이 「중도 하차」라는 좋지 않은 모양새로 매듭됐다. 국내 항공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항공분야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로 추진한 항공기 개발사업이 또 다시 늦춰지게 된 셈이다.

 정부는 최근 중형항공기개발 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 94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온 중형항공기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오는 6월에 설립하는 항공통합법인이 사업 계획을 세워 국제공동사업을 수주할 경우 이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이는 차선책이라는 면에서 자력을 통한 중형항공기 개발은 당분간 힘들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와 유관단체는 아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항공 분야의 기술력과 국제적인 인지도를 고려할 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현주소를 놓고 볼 때 아직도 정부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데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이 아니냐는 여론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사업 진행 과정과 중단 배경=50∼100석급 규모를 갖는 중형항공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자는 사업은 지난 94년 항공우주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삼성항공·대한항공·대우중공업 등 14개 항공관련업체가 공동으로 중형항공기사업조합을 결성할 정도로 비중을 두고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공동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협력업체 물색 과정에서 높은 국제 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나마 관심을 보였던 이스라엘 IAI사와 협상이 결렬된 이후 중국·네덜란드·유럽연합 등에서도 난색을 표명해 왔다. 국내항공 분야에 대한 낮은 국제인지도와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성 등을 들어 정부의 관심도 소홀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도포기론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이번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업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반응 및 여파=항공산업은 대표적인 시스템사업이다. 전기·전자, 기계, 소재, 정보통신 기술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복합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산업은 전자·반도체·정보통신 등과 비교해 크게 낙후됐다.

 더욱이 항공산업 기반 기술 확보와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자체 항공기 개발이 필수 조건이다. 이번에 항공기 개발이 물 건너가게 됨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은 또다시 뒷걸음치게 됐다.

 특히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항공 디자인, 부품과 시스템 개발 및 설계 능력 등이 크게 뒤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생산이나 시스템 조립 등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을 쏟아 부은 전략적 사업을 중도 포기해 전시행정이 아니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전망=그동안 쌓은 중형항공기 개발 성과는 항공우주연구소와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로 이관해 중형항공기 사업을 다시 시작할 때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6월 이후에 발족하는 통합법인이 아마도 중형항공기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중형항공기 시장이 보잉 등 대형항공기업체가 주도하는 메이저 시장이기보다 틈새 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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