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게임방을 건전 문화공간으로

한승문 청오정보통신 대표

 인터넷PC방(게임방)은 폭발적으로 늘던 지난해 말 탈선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으며 언론의 화살이 집중됐다. 그리고 이제 6개월이 지났다. 현재 관련정책을 둘러싸고 부처간 다소의 의견대립이 있는 듯하나 인터넷PC방을 건전한 정보문화공간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견해다.

 현업 종사자로서 인터넷PC방에 대한 입장정리가 비교적 단시일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된 것은 우선 반갑다. 이제는 인터넷PC방을 21세기 정보문화환경에 걸맞은 국가적 인프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

 인터넷PC방은 인터넷 초고속망을 통해 유무형의 문화정보 상품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편의공간이다. 전세계를 상대로 통신하고, 사이버문화를 즐기며, 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현재는 게임·채팅·바둑 등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보급 초기단계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다.

 이미 인터넷전화·인터넷쇼핑·사이버교육·사이버증권 등 소위 인터넷 생활양식(Web Lifestyle)이 보편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정부는 초고속망 구축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인터넷PC방이 등장하기 이전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PC방은 초고속 통신망과 고성능 PC를 이용한 각종 서비스를 부담없는 가격에 제공해 인터넷 이용을 급속히 확산시켰다.

 최근 들어 필자가 운영하는 매장에 외국 대기업 임원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이들은 지난해 전세계적인 IMF 한파 속에서 한국지사가 유독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낸 것이 인터넷PC방 때문임을 확인하고는 한결같이 놀라워했다. 또한 한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현상에 「원더풀」을 연발하기도 했다.

 인터넷PC방이 새로운 정보문화공간으로 정착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현재 이용자의 대부분은 학생이며 주로 게임을 즐긴다. 장기적인 사업전망 없이 소규모 매장을 후다닥 개설한 뒤 매출 올리기에만 신경쓰는 곳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정부 부처간 인터넷PC방을 바라보는 시각차와 법적용을 둘러싼 견해차도 존재하나 최근의 흐름은 긍정적인 방향이다. 문화관광부는 게임·애니메이션 등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규정했다.

 정보통신부도 인터넷PC방을 건전한 인터넷플라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젠 「립 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할 때다. 업주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PC방 관련 단체나 업주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정부 주도의 멀티미디어 교실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체국 등의 인터넷플라자 구축사업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 구축하지 않고 이미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인터넷PC방을 활용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인터넷PC방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건전한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인터넷PC방을 지역의 학생·교사·주민 등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쾌적한 생활문화공간으로 육성해야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터넷PC방. 일부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을 잣대로 유해시설로 분류해 그 가능성을 잠재울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적극 지원해 건전한 정보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그것은 정부·업계·시민 모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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