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58)

 『다릅니다. 이번에 개발한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라고 생각합니다. 감청의 혁명이라고 할까요.』

 『성공했다는 뜻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소문 없이 진행해. 내 동생의 이름을 들먹거리지 말고.』

 그의 누이동생 이름을 말한 것은 우 병장이었다. 그가 부대 통신반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송혜련씨를 감청하지 않겠습니다.』

 『송혜련은 안해도 다른 사람은 하겠다는 뜻인가?』

 『허락을 받고요.』

 『대관절 뭘 개발했기에 들떠 있는 거야?』

 설명을 해도 그는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너무 침묵하는 것도 그를 무시하는 듯해서 말했다.

 『나중에는 보편화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처음이니까 흥분이 됩니다. 그동안에 제가 연구한 통신 관계 프로그램 중의 하나입니다만, 감청의 혁명입니다.』

 감청의 혁명이라는 말이, 말을 해놓고 보니 좀 이상했지만 다시 번복할 수 없어 그대로 있었다. 송재섭은 담배 연기를 하늘로 내뿜으면서 말이 없었다. 우리는 건물 그늘에 서 있었으나 더운 열기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편 담밖으로 차량이 지나가면서 클랙슨을 울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따금 수런거리는 행인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나를 돌아보더니 물었다.

 『혜련이하고 자주 만나나?』

 『휴일마다 만납니다.』

 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를테면 잘 해보라든지 아니면 사귀지 말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어린애들도 아닌데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송재섭은 생각만큼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그의 누이동생 뒷조사를 하기 위해 감청을 한 것으로 오해했다가 연구한 것을 실험하기 위해 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감정을 푸는 눈치였다.

 그 연구는 성공해서 나는 사장님의 접견이 허락됐다. 사장님은 우리가 사령관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일개 상병이 사령관과 독대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그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획기적이었음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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