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T산업 "격전 현장"을 가다 (10);EDA SW시장

 IMF의 여파로 지난해까지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국내 산업경기가 점차 되살아날 기미를 보임에 따라 전자정보통신업체들에 각종 전자회로설계(EDA)용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EDA SW의 최대 수요처인 반도체 생산업체가 기존 3개사에서 2개사로 줄어 국내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거의 2년 동안 중단했던 설비투자를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케이던스·ED&C·한국멘토·다반테크 등 EDA SW 공급업체들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반도체·주문형반도체(ASIC)·인쇄회로기판(PCB) 등의 설계와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갖추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EDA SW시장에서 또 다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윈도NT 운용체계(OS) 기반의 EDA 솔루션이 대거 등장하고 있어 기존 유닉스 환경의 제품들과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EDA SW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케이던스·멘토·아반티·시놉시스 등은 유닉스 기반의 제품과는 별도로 윈도NT 기반의 솔루션을 잇따라 발표, 이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데다 윈도98·95 기반의 PC용 SW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윈도NT 환경 제품을 개발, 유닉스 기반의 SW를 사용하는 대형 기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공격적 영업에 나서 시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EDA SW시장은 각 분야별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SW 공급업체들이 다른 분야로 지속적인 영역확대를 도모해 EDA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EDA SW공급업체들의 경쟁이 가열될 경우 더이상 업체별 독자 영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도체설계용 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케이던스(대표 조상철)는 올해 초 사업을 분리해 SW공급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ED&C(대표 조주경)와 공조체제를 갖추고 PCB설계용 SW, 검증·합성용 SW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적재산권(IP) 및 PCB설계용 SW시장에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멘토(대표 강창록)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반도체 및 IC 설계 검증용 SW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케이던스와 한국멘토는 반도체 설계공정의 회로분석 및 설계를 담당하는 전공정 분야뿐만 아니라 각종 첨단 전자정보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HW·SW 동시설계」분야에서도 시장경쟁을 선언해 이들 업체의 전쟁은 시작된 상태다.

 특히 케이던스의 EDA SW를 공급하고 있는 ED&C는 미국회사의 지사 형태가 아니라 국내 자금으로 설립된 회사여서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국내 업체들의 사업환경에 친숙한 접근방법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케이던스가 그동안 비교적 소홀히 취급했던 PCB설계용 SW나 윈도NT 기반의 제품 및 이동통신 단말기설계용 SW 등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PCB설계용 SW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멘토는 ED&C의 시장침범에 대항해 PCB설계 전문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PCB 제조업체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PCB설계 라이브러리를 제품정보관리(PDM)시스템 등과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케이던스가 장악하고 있는 베릴로그(반도체 설계용 언어의 일종) 분야의 솔루션으로 케이던스와 본격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공정에서 회로 배치·배선, 검증을 담당하는 후공정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다반테크(대표 김익래)는 최근 기존 EDA 솔루션과 TCAD 부문을 결합한 「싱글 패스 디자인」 사업을 추진해 EDA 토털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반테크는 완성된 제품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해주는 TCAD분야와 기존 EDA분야를 통합하면 초미세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불량률을 대폭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기간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반테크는 이와 함께 자체 부설연구소에서 디자인 컨설팅과 자체 칩 설계에도 나서고 있다.

 이밖에 윈도98·95 기반의 EDA SW로 중소기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이슨테크·유진데이타·씨에스아이·아이앤씨 등도 신제품 출시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기존 영역을 확고히 다지는 한편 외국 업체들과 협력해 윈도NT 기반의 솔루션을 공급, 영업분야를 점차 중견·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있어 한국케이던스·한국멘토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국내 전자정보통신 업체들의 투자가 중단됐으나 올해부터 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IMF로 전체 시장이 위축됐지만 살아남은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영업전이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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