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하나로 묶자.」
국내 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 발맞춰 서로 다른 이유로 도입한 정보시스템을 한데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시스템 대통합」이다.
시스템 대통합의 목적은 그동안 닫힌 공간에서 운용된 정보시스템을 인터넷과 같은 열린 공간으로 옮겨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자는 것이다. 그 한 가운데에는 바로 시스템을 운용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SW)들을 근본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 가로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에서 서로 다르게 개발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SAP R/3」에 기반해 구축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과 통합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한 통합솔루션 공급업체의 선정에 들어갔으며 올 하반기 중으로 실무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가 여기에 쏟아부을 비용은 무려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최근 주요 공장과 영업·물류부문에 구축한 7개의 서버를 오라클의 ERP시스템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에 기반해 통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LG전자는 이어 나머지 10여개 서버를 모두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곧 착수할 계획이다.
현대전자는 현재 1단계 완료한 ERP와 DW를 통합 운용하는 계획을 수립해 하반기 중 본격 추진키로 하고 최근 전담팀 구성과 솔루션 공급업체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전기·삼성전관 등도 각종 애플리케이션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한 곳에서 집중 관리하는 데이터마트를 이용해 전사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들 대기업은 그동안 시스템 연동에 대한 고려 없이 ERP와 그룹웨어는 물론 전자문서교환(EDI)DB·DW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구축해왔다.
그 결과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졌으며 애초 목표와 달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그다지 높일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은 급성장했으며 기업간(B to B) 전자상거래(EC)가 기업경영의 근간을 이루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을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할 경우 업무처리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은 물론 이미 구축한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정보시스템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춘 기업들은 이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운용하는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은 바로 선도주자들이다.
전산과 무관한 경영기획실과 같은 부서의 근무자들이 네트워크 프로토콜이나 전사적애플리케이션통합(EAI)과 같이 전문용어를 쉽게 말할 수 있는 데에서도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통합이 얼마나 큰 과제로 떠올랐는지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답은 없다』라고 말한다. 기업마다 업종 또는 기업 규모에 따라 구축한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 구성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만 해도 외부에서 들여오거나 자체 개발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혼재돼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이렇게 통합해야 한다』고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취급 제품의 종류와 사업 형태가 비교적 단순한 기업의 경우 각종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온 데이터를 한 곳에서 집중관리하고 복잡한 기업에서는 ERP와 같은 핵심 시스템을 중심으로 다른 시스템을 묶은 쪽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사내 정보전문가가 부족한 기업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통합솔루션을 보유한 전문SW업체나 구축컨설팅업체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은 초기단계로 전문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업체가 그다지 많지 않으나 한국오라클·SAP코리아·로터스코리아·BEA코리아·한국IBM 등이 어느 정도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솔루션 제공에 관해 이들 업체는 저마다 독자적인 통합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개발업체를 다수 거느리고 있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보완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통합솔루션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길 경우 기업마다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소요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우선 사내전문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으며 인터넷상거래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서 아무래도 전문업체의 지식에 뒤질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에도 비즈니스와 정보기술의 핵심을 제대로 알면서 애플리케이션의 통합 방향을 기획하고 문제점을 수시로 짚어낼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번 통합하면 다시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시스템 통합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도 기획단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게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으며 통합 자체보다는 통합을 통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방향 설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물결은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적응을 요구하는 한편 그동안 구축만 해놓고 방치했던 사내 정보시스템의 먼지를 쓸어내며 새로운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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