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류하는 전기용품 안전인증제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전기용품안전인증제도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차질을 빚을 것 같다는 보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대로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볼 때 내년부터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그동안 국립기술품질원이 독점 운영해온 정부 주도의 전기용품 형식승인 인증업무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인증기관을 복수로 하는 한편 형식승인 대상품목도 대폭 축소하는 등의 현행 품질인증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또 수입전기용품 형식승인을 위한 시험제품 수입시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의 확인제도를 폐지하고 전기용품의 형식승인 갱신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그 성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이같은 발상은 산업계 규제 차원의 현행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소비자 안전 위주로 대대적인 수술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이 법이 시행되어온 지난 25년 동안 제품의 다양화나 제조기술의 발전 등으로 각종 전기용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지연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데 차질이 우려된다고 하니 안타깝다.

 정부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정기국회에 제출했지만 상위법인 규제개혁법안의 국회통과 지연으로 8개월째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임시국회중 규제개혁법과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이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안전인증제도의 세부기준을 담을 동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의 개정일정도 너무나 촉박하다. 이들 하위법의 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나 입법예고 등이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들 하위법에서 명문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몇몇 현안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있을 전망이어서 문제는 첩첩산중으로 겹쳐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산업자원부 장관이 안전인증기관을 복수로 지정하는 내용을 시행규칙에 명기할 계획이지만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전자산업진흥회 등 관련기관이 인증기관의 복수지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안전인증 대상기기 시험수수료의 현실화 문제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현행의 수수료는 인건비도 안되는 70년대 수준이므로 당연히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고려한 관계당국의 반대입장도 만만치 않아 낙관만은 할 수 없다.

 정부나 국회는 전기용품의 안전문제는 곧 소비자 보호문제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 이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이 새로운 기술개발과 소비자 요구 다양화 추세 등에 따라 전기용품 제조기술이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오히려 세부 기술기준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이 전기용품에 대한 각종 규제의 대대적인 완화가 자칫 제조업자의 무분별한 생산 및 유통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형식승인을 받아야 했던 1종 전기용품 234개 품목에 대한 제조업 등록제도가 폐지되고, 2종 전기용품 66개 품목의 제조 및 수입 신고 절차가 폐지되는 등 전기용품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되는 틈을 타 불량제품의 생산·수입이 급증할 소지가 있다.

 국립기술품질원 등 관련기관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시중에 이미 안전검사·품질표시대상 공산품과 형식승인대상 전기용품 가운데 불법 공산품의 유통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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