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신장개업

 무섭고 재미 있는 자장면 이야기. 김성홍 감독의 「신장개업」은 감독이 고집스레 관심을 보여왔던 스릴러의 장르에 코미디의 요소를 접목시킨다. 하루 7백만그릇이 소비된다는 자장면은 물가상승을 체험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가격의 지표로 사용될 만큼 한국 서민의 삶에 밀착돼 있다. 제작 초기부터 같은 자장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김의석 감독의 「북경반점」과 비교되기도 했으나 스타일면에서 「북경반점」을 「음식남녀」와 비교할 수 있다면 「신장개업」은 코믹잔혹극 「조용한 가족」과 비견되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이야기다.

 『인육을 써서 자장면을 만들면 맛있다』는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는 「신장개업」은 일단 원하는 코드대로 관객의 감성을 붙든다. 이미 「투캅스」의 시나리오를 통해 드러났던 감독의 코미디적 다이얼로그는 희화화된 캐릭터와 함께 폭소를 자아내고 스릴러적인 장치 역시 화면보다는 사운드에 의존한 혐의가 짙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모든 가게가 하나 밖에 없는 소읍. 이곳의 유일한 중국집인 중화루 앞에 어느날 아방궁이라는 새로운 중국집 간판이 걸린다. 창고를 개조하지도 않은 채 문을 연 아방궁은 메뉴도 자장면과 고기만두 밖에 없으며, 배달도 하지 않는 배짱을 보인다. 도저히 아무도 얼씬거릴 것 같지 않은 아방궁의 첫 손님은 채소장수. 그는 자장면과 짬뽕을 놓고 고심하다 메뉴를 바꾸는 통에 중화루에서 쫓겨나고, 그 분풀이로 아방궁을 찾는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방궁의 기막힌 자장면 맛은 온 동네에 삽시간에 퍼지고 중화루는 하루아침에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된다. 아방궁 자장면의 비밀을 캐기 위해 중화루 왕 사장은 아방궁으로 자장면을 시식하러 가고, 자장면을 먹다가 사람 손가락을 발견한다. 급기야 인근 산에서 토막난 시체들이 발견되고 수사대가 몰려들지만 아무도 왕 사장의 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급기야 왕 사장은 자신도 사람고기를 써야겠다며 중화루의 주방장과 철가방을 대동하고 인육을 구하기 위해 「사람사냥」을 나선다.

 「신장개업」의 강점은 기존 스타의 이미지를 뒤집는 캐릭터 설정과 재기발랄한 대사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늘어지면서 배우들의 캐릭터 역시 흐지부지해진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상업영화의 리듬을 읽어가는 감독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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