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47)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했습니다.』

 『이놈 봐라, 딱지 뗀 지가 얼마 되었다고 낮거리 하러 다녀?』

 윤일구 병장은 그렇게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낮거리라는 억지는 그가 지어낸 말에 불과했고, 내가 그러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새로 사귄 여자가 있는데 하루도 안보면 보고 싶어서 나갔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송혜련을 하루도 보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회인 같으면 매일 만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으나 지금의 내 처지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불가능한 상태가 나를 더욱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최 일병이 상사병이 났군. 정말 매일 만나는 거야? 그렇다고 너를 밖의 작전에 투입할 수도 없잖아. 소프트웨어 개발은 뛰지도 날지도 못하잖아. 야단 났군. 또 한 놈 탈영하게 생겼군.』

 『그렇다고 탈영까지야 하겠습니까.』

 『사병의 탈영은 대부분 너같이 여자 때문이 많아. 하루라도 못보면 죽을 맛이니까 삼수 갑산을 가더라도 달아나는 거야.』

 『전 그렇게 무모하지 않습니다.』

 『이봐, 이번 일요일 외출때 네 애인을 우리에게 선보게 해 줄래? 너 저번에 딱지 뗄 때 애인 없다고 해놓고 언제 생긴 거냐?』

 『그 후 최근에 생겼습니다.』

 나는 송혜련을 아주 애인으로 만들었다.

 『딱지를 떼고 나니까 뭔가 화두가 왔나 보군. 여자는 누구냐?』

 『아직 공개할 정도가 아닙니다.』

 『네가 무슨 연예인이냐? 아직 공개할 정도가 되고 안되고 하는 소리를 하게. 지가 대단히 유명한 놈이나 되는 것 같이 착각하고 있네.』

 『그런 뜻이 아니라 상대방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요.』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은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할 듯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있어서 끝 간 데 없이 말을 꾸며대야 했기 때문에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고참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매우 심각한데 그들은 웃음거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괘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고참이기 때문이다. 하늘보다 높은 고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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