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도전」.
지난 97년 미 장거리전화사업자 MCI와 동종사업자 월드컴은 당시로는 통신업계 최대 규모의 합병을 발표, 올해 초 합병을 마무리지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미 지역전화사업자 SBC가 아메리테크를 인수했고 7월에는 벨애틀랜틱이 GTE를 인수했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 휘몰아친 통신사업자간 인수·합병(M&A)속에서 살아남은 통신사업자는 장거리전화사업자인 스프린트와 지역전화사업자인 US웨스트·벨사우스가 있다.
이같은 M&A 열풍을 비켜간 이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사업강화에 나서고 있다.
벨사우스는 현재 가장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는 지역전화사업자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듀언 에이커먼 최고경영자(CEO)는 『통신사업자간 M&A는 통신서비스보다 업체간의 이권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최근의 지역전화사업자간 M&A를 비난한 후 『벨사우스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의 통신변화에 발맞춰 이에 빠르게 대처하는 통신사업자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커먼 벨사우스 CEO의 이같은 전략에 따라 벨사우스가 현재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은 해외통신사업과 인터넷사업이다.
벨사우스는 지난 97년 24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브라질의 통신사업자 BCP의 통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에콰도르의 통신사업자 오테셀에 6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남미지역의 통신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벨사우스는 현재 통신·방송 등이 융합되고 있는 급속한 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들 사업에 핵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벨사우스는 올해 초 인터넷 푸시업체인 포인트캐스트의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벨사우스의 이같은 움직임은 포인트캐스트의 100만 가입자를 확보, 이를 발판으로 인터넷사업에 본격 나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US웨스트는 타 전화사업자와는 다른 사업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계의 애플컴퓨터로 불린다.
US웨스트는 지난 97년 케이블TV부문인 「US웨스트 미디어 그룹」을 분리, 미디어원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시켰다. 당시 US웨스트는 케이블TV사업 분리에 대해 『새로운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통신시장에서의 신속한 대응을 위함』이라고 분리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달 US웨스트에서 분리된 미디어원은 동종업체 컴캐스트에 의해 600억달러에 인수됐다.
US웨스트는 케이블TV부문 분리를 계기로 보수적인 통신사업자로 현재 통신사업 위주의 사업만을 고수하고 있다. US웨스트는 통신부문 중 핵심적인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무선통신사업에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무선통신사업 확장을 위해 올해 초 3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US웨스트는 투자금액 중 상당액을 MCI 월드컴 등 장거리전화사업자들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가입자회선(DSL)서비스와의 경쟁을 위해 DSL회선 확충 및 서비스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다.
MCI와 월드컴의 합병으로 3위의 장거리사업자로 전락한 스프린트는 현재 건너야 할 장애물이 많이 있다. 이들 중 스프린트에게 가장 높게 다가오는 것은 지역전화사업자들의 거센 도전이다.
지난해 활발히 M&A를 펼쳐온 지역전화사업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장거리전화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 스프린트의 시장을 잠식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프린트는 이들의 거센 도전을 새로운 서비스로 잠재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프린트는 장거리전화사업자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초고속통신 서비스 「ION(Integrated On-Demand Network)」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스프린트가 5년간 총 20억달러를 투자한 ION은 비동기전송모드(ATM)의 셀 중심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 기존 전화통화 비용보다 약 30%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장점이다.
스프린트는 이 서비스를 주요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올해 말부터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벨사우스·US웨스트·스프린트 등 살아남은 통신사업자들이 앞으로 거대 통신사업자들에 의해 또 다른 M&A를 당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할 것인지는 현재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최후의 승자가 미소를 짓는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총체적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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