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가 만들어 수출하는 저가형 데스크톱PC가 지난 2월 한달 동안 미국 PC 소매시장에서 점유율 9.9%로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2월 시장점유율 6위로 첫발을 내디딘 e머신즈가 한달만인 지난 1월 5위로 올라선 데 이어 2월에는 미국 패커드벨·NEC사를 제치고 4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또 3위인 IBM과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해 3위권 진입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모니터 전문업체인 코리아데이타시스템즈(KDS)의 미국 합작사로 처음부터 초저가PC를 표방하며 미국시장에 뛰어든 e머신즈가 미국시장 진출 4개월만에 이처럼 쟁쟁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IBM에 이어 당당히 4위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분명히 경하해야 할 일이다.
삼보컴퓨터가 지난해 10월 KDS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e머신즈」라는 판매법인을 설립, 499달러와 399달러의 초저가PC를 출시하는 등 세계 저가PC시장 공략에 나서자 국내 일부 업체들은 물론 세계 PC업체들까지도 과연 기대하는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e머신즈가 제품 출시 4개월만에 올린 이같은 개가는 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비평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미국 언론과 증권가에서도 e머신즈의 제품이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의 우수성을 내세워 기존의 저가PC시장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물론 e머신즈가 사업 초기부터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연말 성수기에 때를 맞춘 시장전략과 한발 앞선 경쟁력 확보 등 몇 가지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e머신즈가 출시한 저가PC는 컴팩컴퓨터가 출시한 999달러짜리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현재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초저가PC들과도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제품사양이 월등해 경쟁력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e머신즈의 성과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PC시장의 저가 열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000달러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저가PC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개인용 컴퓨팅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초 저가PC는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가격하락의 가속화와 함께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e머신즈의 성과는 일견 세계 PC시장의 저가 열기가 가져다준 행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e머신즈의 미국 PC소매시장 점유율 4위 기록은 그 성과 못지않게 국내 PC산업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머신즈의 호조로 인해 최근 국내에서는 지난 80년대 PC수출 신화를 재현하자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사업의 지속여부를 놓고 계륵으로까지 평가했던 국내 PC산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e머신즈의 성과는 국내 PC제조업체들이 좁은 국내시장에서 아웅다웅하지 않고 마케팅 여하에 따라서는 미국시장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이번 e머신즈의 성과는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위주로 수출해 오던 방식에서 탈피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자가브랜드 수출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자가브랜드 수출은 곧 삼보컴퓨터는 물론 국내 PC제조업체들이 해외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여 향후 다양한 수출전략을 손쉽게 구사할 바탕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가브랜드 수출의 경우 돌아오는 반품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신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제품성능을 높이고 동시에 소비자 신뢰도를 쌓아가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때 비로소 국산 PC가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주요 PC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e머신즈 수출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국내 PC제조업체들이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은 대만 PC제조업체는 물론 해외 주요 PC 제조업체들의 저가PC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향후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PC 제조업체들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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