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가 기아 인수를 완료하고, 대우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협상이 급진전되면서 그동안 3각편대를 형성하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2사체제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내수 불황으로 고전을 겪던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차를 대거 출시하고 무이자 할부판매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쟁탈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올들어 국내 완성차업계의 생산목표량 대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가동률은 50%였던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이미 90%를 넘어 최고 100%에 육박할 정도다.
현대는 지난달 29일 기아 인수에 따른 주식납입대금(1조1781억원)을 완납하는 한편 정주영 명예회장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첫 「입성」함으로써 기아자동차의 법적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대는 기존 현대자동차 생산분 180만대와 기아차 생산분 108만대를 합쳐 총 288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세계 9위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정몽구 회장은 『올해 국내에서 42만대, 해외에서 66만5000대를 팔아 모두 10조8000억원의 매출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 자동차부문은 올해 자동차 생산 대수를 지난해보다 61% 늘려잡고 국내에서 110만대, 해외에서 4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는 이 가운데 40만대를 국내시장에 판매하고, 수출은 지난해보다 35.5% 늘린 90만대(KD 20만대 포함)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에서는 인도와 폴란드 현지공장에서 마티즈의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등 지난해보다 5% 늘어난 45만대를 생산 판매키로 했다.
이를 통해 대우자동차는 올해 매출규모를 지난해 11조3000억원 가량보다 33% 늘어난 15조원(국내 10조원, 해외 5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대우차는 또 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협상이 지난달 양 그룹 회장간 담판을 통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부산공장 조업을 6일부터 재개하고 이르면 다음달부터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정상 가동하게 된다. 대우차는 향후 2년간 연 6만대 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가동하되 적어도 연 3만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수출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대수 2위자리를 차지한 기아자동차는 내친김에 연간 판매량 2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내수 30만대, 수출 50만대 등 80만대를 판매하기로 하는 등 조기 경영정상화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또 올들어 단일회사로선 최대 규모인 1000명의 영업사원을 뽑기로 하는 등 내수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50만대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차를 해외시장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양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적극 살려 차량 공동 판매·정비에 나서는 등 대우자동차에 대한 협공에 나서고, 대우자동차도 적극 반격에 나서면서 내수시장 점유율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대우·기아자동차는 올해 내수판매가 호전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신차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선보이는 신차는 줄잡아 8종이지만 변형모델까지 합하면 20여종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대·대우·기아차는 지난해 연말까지만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키로 했으나 올들어서도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할부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는 다이너스티 후속모델인 대형 승용차 에쿠스, 엑센트 후속인 LC, 중형 미니밴 FO(프로젝트명), 지프형 자동차 SM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체제가 들어선 이후 첫 출시작이 될 초대형 승용차 에쿠스는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V8 4500㏄엔진을 장착한다. 또 에쿠스를 베이스로 한 대형 리무진도 추가할 예정이다.
오는 7월 출시될 미니밴 FO는 카니발보다 작은 중형급으로 엔진은 그랜저 XG에 사용되는 델파엔진을 튜닝한 2700㏄ 가솔린 엔진과 이를 개조한 LPG 엔진을 장착한다. 지프형 자동차는 4륜구동 방식이면서도 승용차의 안락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며, 2400㏄와 V6(6기통) 2700㏄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한편 대우차는 내년에 출시키로 했던 누비라를 기본으로 한 미니밴 「U-100」의 출시시기를 앞당겨 올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1.5DOHC 1800㏄, 2000㏄엔진을 장착할 U-100은 길이가 현대정공 싼타모보다 짧지만 너비와 높이 부문은 확대됐다.
또한 라노스 후속모델인 「T-150」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0년 시판 예정인 레간자와 체어맨의 중간급인 「P-100」도 연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4월에 경차인 비스토와 싼타모의 변형모델인 중형 미니밴 카스타를, 5월엔 카니발 LPG 차량을, 6월엔 소형 미니밴 카렌스, 아벨라 후속모델 「B-Ⅲ」 등도 연내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의 인도현지 공장에서 생산, 기아자동차가 국내 판매를 맡게 될 경차 비스토는 20∼30대인 젊은 층과 여성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1500∼2000㏄엔진을 장착할 카렌스는 카니발보다 작고 현대정공의 싼타모와 비슷하지만 공간활용성이 뛰어나다. 아벨라 후속모델인 B-Ⅲ는 승용차와 왜건의 중간 스타일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극심한 판매 부진 현상을 겪었던 BMW·GM·다임러크라이슬러·사브·볼보·포드 등 국내 수입차업체들도 올해 약 20개 차종의 신차를 한국시장에 출시키로 하는 등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3만7270대(51.3%)를 판매한 현대자동차가 1위, 1만9343대(26.6%)를 판매한 대우자동차가 2위, 1만5914대(21.9%)를 판매한 기아자동차가 3위를 차지했다. 현대와 기아차를 합한 내수시장 점유율은 73.2%로 지난해 말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70%대에 들어섰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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