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외국계 대형 인터넷업체 국내진출 폐해 우려

　최근들어 잇따르고 있는 외국 대형인터넷 업체들의 국내진출이 전자상거래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과는 별도로 이제 막 개화기를 맞은 국내 벤처기업들의 고사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들어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인터넷 관련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해외업체는 아마존·AOL·라이코스·일렉트릭 라이브러리·이트레이드 등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업체들이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도서판매서비스업체인 아마존과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AOL은 삼성물산과 손잡고 국내 시장 거점마련을 추진중이다.

　세계 2위의 포털서비스업체로 꼽히는 라이코스도 지난달 미래산업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에 진출했으며 세계적인 인터넷증권거래전문업체인 이트레이드도 국내 LG증권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캐나다 액트사는 한국의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티켓예매시스템을 한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인터넷도서관업체인 일렉트릭 라이브러리도 얼마전 국내에 진출해 세계 유력 인터넷서비스관련업체들이 국내시장 전 분야에 발을 담근 상태다.

　문제는 이들 해외유력업체의 국내진출이 가져올 명암. 우선 세계적인 인터넷업체의 한국진출을 국내업체가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경우 국내 인터넷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해외업체의 국내 진출은 국내 기업들이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단숨에 만회하기 위해 해외 유명브랜드를 끌어들이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내 업체가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들어 대부분 외자유치는커녕 기술종속적인 상황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업계가 무엇보다 우려하는 대목은 후발 대기업들이 국내 기술을 외면하고 브랜드 파워만을 겨냥해 외국업체들과 제휴를 우선 고려함으로써 그동안 고생해온 인터넷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싹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자상거래 붐이 일면서 국내에서도 벤처기업들이 관련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국내 상황에 맞는 인터넷 응용서비스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전개를 준비해왔으나 국내 재벌들의 자금력과 해외 유명사이트의 브랜드 파워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대부분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문화관광부의 입장권 통합전산망사업이나 아마존과 삼성물산의 제휴는 공연문화, 출판문화 등 국내 문화산업의 대외종속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부 고위담당자는 이에 대해 『인터넷 비즈니스와 같은 글로벌사업을 전개하는 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내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기업의 형태를 불문하고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최근 해외업체를 잡기 위해 벌이는 국내업체간 이전투구식 과열경쟁과 이로 인한 벤처기업들의 고사를 막기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