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만 있으면 리눅스가 재미있어진다.」
우리말로 하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발음이 되는 「GNOME」. 영어로 「Gnome」은 「보물을 지키는 땅의 정령」이라는 뜻이고 그리스어로는 「알다」라는 동사가 된다. 이때는 「G」가 묵음으로 발음은 그냥 「놈」이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세계에서 GNOME은 「Gnu Network Object Model Environment」의 약자기 때문에 「그놈」이라고 불린다.
그놈은 한마디로 리눅스의 새 얼굴. 컴퓨터 마니아가 아니라 평범한 유저들을 리눅스와 만나게 해주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다. 이제는 서버시장에서 가정이나 사무실의 데스크톱 환경으로 리눅스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리눅서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놈을 이용하면 유저들은 귀찮은 명령어 한줄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전자우편을 보내고 웹브라우징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콘을 드래그&드롭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리눅스가 장착된 시스템을 마치 매킨토시나 윈도 또는 다른 상용 GUI처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놈은 리눅스를 쉽게 만들어 준다.
그놈의 버전1.0이 공식 데뷔한 것은 지난 3월초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리눅스 엑스포장. 이 자리에서 한 리눅서는 『어머니 세대가 써봐도 될 만큼 쉬운 인터페이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놈이란 프랑켄슈타인이 윈도와 맥 그리고 차세대 OS를 섞어놓은 결과물처럼 보인다고 위트있게 평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놈 프로젝트그룹. 개발을 지휘했던 미구엘 데 엘카자에 의하면 지난 18개월간 약 250명의 개발자들이 그놈 개발에 매달렸다. 그놈은 현재 영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를 포함한 17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팜톱 계열의 핸드헬드PC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놈은 현재 개발중인 또다른 인터페이스 KDE(K Desktop Environment)와 곧잘 비교된다. KDE는 그놈과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기능이 더 강력하다고 주장하는 리눅서들도 있다. 하지만 발표시기에 있어 그놈에 선수를 빼앗긴 셈. 평론가들은 그놈이 좀더 친근한 이미지로 리눅스 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눅스 벤더인 레드햇은 차세대 리눅스에 그놈을 포함시킬 계획인 반면 칼데라와 코렐은 KDE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그놈이 윈도보다 더 나은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그놈을 써본 유저들은 버추얼 데스크톱 구현이 복잡하다고 불평한다. 멀티플 데스크톱환경 구현은 그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기능. 만일 PC화면이 작업중인 윈도 화면들로 꽉 찼다면 비어있는 버추얼 데스크톱에 스위칭시킴으로써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 버추얼 데스크톱은 몇 대가 되든 무제한이다.
아무리 그릇이 좋아도 담아낼 내용물이 없다면 무용지물. 그놈이 당장 윈도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없는 이유는 응용프로그램의 부재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놈이 GNU 라이선스, 즉 카피레프트의 산물이기 때문에 멀지 않아 해결될 전망이다. 인터페이스를 얼마든지 자신의 의도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래머들을 불러모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응용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 틀림없다.
리눅스의 성패는 그놈이나 KDE 같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많은 가정과 사무실로 보내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리눅스의 GUI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멀지 않아 컨슈머시장을 리드하는 GUI가 출현할 것이다. 그 기회는 그놈에도 있다.
그놈이 정말 필요한지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 GNU사이트(http://www.gnu.org)와 그놈사이트(http://www.gnome.org)를 방문하거나 레드햇 리눅스CD를 기다리면 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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