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 회장(58)은 고 최종현 회장의 사업동지 또는 「SKMS/SUPEX 추구의 전도사」 등으로 소개된다. 손 회장은 국내 최장수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78년 이래 2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SK텔레콤 부회장·SK해운 사장을 비롯한 관계사 임원직을 수없이 겸임한 적이 있어 한때 「감투왕」이라는 별호를 달고 다녔다. 손 회장이 장수를 누리고 많은 감투를 쓴 비결은 고 최종현 회장의 각별한 신임 때문만은 아니다. 비상하고 치밀한 기획력, M&A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것이 지금의 손 회장을 있게 한 동력이다.
워커힐호텔·유공(SK)·SK증권·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그리고 최근의 SK생명에 이르기까지 SK 성장사가 손 회장의 머리와 손끝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손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지난 65년 당시 수원지방의 직물공장에 불과했던 선경직물에 입사했다. 고 최종현 회장과 면담후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 홀딱 반해 입사했다는 손 회장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한 SKMS/SUPEX 추구의 정립과 확산과정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후 주로 경리와 자금파트에서 일하다 74년부터 경영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만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사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철저하게 일로만 승부를 거는 스타일. 80년대까지만 해도 며칠밤을 새우는 것은 예사이고 한때 1주일 밤을 꼬박 새웠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일에 골몰, 꼭두새벽에 부하직원의 집에 전화를 걸어 업무를 물어본 경우도 종종 있었다.
출퇴근이 따로 없고 일요일도 없다. 손 회장은 하루가 24시간으로 부족하다고 할 만큼 「25시의 삶」을 산다. 그만큼 바쁘다. 『내가 가는 곳에 일이 보입니다. 누군가 결국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떠맡게 되고 내 일이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게 그의 「일복 예찬론」이다.
손 회장에 대해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71년 대연각 호텔 화재때는 당시 경리과장이던 손 회장이 경리부 직원들과 함께 아직 불이 채 꺼지지도 않은 건물에 일착으로 올라가 회사금고가 무사한지 확인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SK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골프를 치지 않다가 지난 94년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특별한 취미는 없으며, 단전호흡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 ROTC 1기로 경리장교로 근무하기도 했던 손 회장은 관계·재계 및 금융계 등에 지인이 많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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