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임원은 인생의 커다란 목표다.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해 대리·과장·차장·부장을 거쳐 강산이 두번 변한다는 20년이 지난 후에 그것도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올라설 수 있는 영광된 자리가 바로 임원이다.
그래서 임원은 군인이 별을 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장인들에게는 영광과 출세가 보장된 자리이기도 하다.
일단 연봉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제공되는 비서와 승용차 등 물적 보상에서부터 퇴임 후에도 고문이나 자문역 아니면 계열사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만들어주는 배려가 뒤따른다.
또 사업을 시작할 경우에는 전관예우식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일정 기간 판로를 확보해줌으로써 회사에 몸바쳐 일해온 보상을 보장받기도 한다.
교육프로그램이나 본인과 가족들을 위한 사회보장프로그램도 전단계인 부장 때와는 판이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업의 별인 임원들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실제 IMF 이후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인원정리 대상수를 TV 시사프로그램의 제목을 딴 「2580」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임원은 20%, 부장급은 50%, 과장급은 80%, 일반직원은 100%를 남기고 정리한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임원들 스스로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전통적인 예우가 일거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임원들은 조직축소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정리대상일 뿐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의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부하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아야 하는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처럼 임원들의 자리가 기업 안팎에서 위협받고 있지만 기업이 현재 갖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 바로 임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명확한 전략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관리자적 측면에서 이를 달성해가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들의 임원중시 경향은 더욱 무게를 더해갈 수밖에 없다.
특히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에는 상황의 변화를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과 비전에 의해 기업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임원들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최근 임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단지 임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급작스럽게 확대되고 있는 발탁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발탁제도는 30대 임원들을 양산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들의 등용도 이루어지고 있다.
엄격한 연공서열의 관습에 따라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이든 임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지만 관습 때문에 승진기회가 없었던 젊고 유능한 인재의 문은 오히려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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