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내전화 경쟁시대 의미와 과제

 4월 1일이면 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

 특정 통신회사의 상용서비스 개시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하나로통신의 출범이 단순히 신규 통신시장 진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난 100여년간 지속돼온 한국통신의 시내전화 독점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경쟁시대를 열기 때문이다.

 이같은 역사적 성격을 안고 출범하는 하나로통신의 각오야 남다르겠지만 사상 초유의 경쟁관계에 노출된 한국통신 역시 긴장과 동시에 경쟁체제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은 좋은 것」이다. 종전의 독점시대에 비해 좀더 저렴하게, 좀더 질 좋은 상품을, 좀더 차원 높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고객들에 대한 대접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타 통신시장에서 그같은 사례를 충분히 경험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경쟁체제로 전환한 이동전화시장에는 독점시대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저가격·고품질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이에 따라 경쟁을 통한 시장폭발이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창출했다.

 시내전화보다 먼저 경쟁이 도입된 시외·국제전화 등 유선전화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데이콤과 온세통신이 잇따라 가격파괴 상품을 내놓고 있고 이에 맞선 한국통신도 가격인하 및 사용편리성을 앞세운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만끽하며 통신서비스를 즐기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월 1일부터는 독점의 마지막 아성이었던 시내전화가 시장경쟁이라는 틀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게다가 신규업체인 하나로통신은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라는 차별화된 상품을 판매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하나로통신의 이같은 전략은 또 음성전화서비스만으로 100여년의 노하우를 축적한 한국통신과는 어차피 견주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하나로통신이 시장진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통신과의 정면충돌보다는 틈새시장 혹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이 기존 음성전화에서 데이터통신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로통신이 국민의 사용빈도가 가장 높고 친화력 역시 월등한 시내전화를 이용해 초고속 인터넷이나 심지어 영상전화까지 서비스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실험이다.

 우리는 하나로통신의 성공적 시장진입을 기원한다. 하나로통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통신과의 경쟁체제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기술발전에 박차를 가한다면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국내 정보통신산업,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차피 출범할 경쟁체제라면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지켜가면서 서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윈·윈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외전화시장을 둘러싸고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벌였던 「사전선택제」 문제와 같은 잡음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하나로통신은 한국통신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을 우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막상 경쟁이 시작되면 영역 지키기와 빼앗기가 치열해질 것이고 이 와중에 불공정경쟁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래서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은 서로를 건전한 동반자적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지 상호비방과 발목잡기라는 추태를 연출하는 시장경쟁을 해서는 안되고 이제는 더 이상 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하나로통신은 사사건건 후발주자의 입지를 확보해 달라며 정부에게 보호막을 요구하던 기존 업체들의 행동을 본받거나 답습해선 안된다. 또 한국통신도 시장환경의 급변을 감안, 수성에 급급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발굴, 국민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100년 동안 사랑받아온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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