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세대 가운데는 어렸을 때 회초리를 맞고 자란 사람이 많다. 안방 장지문 위에는 가느다란 싸리나무가 몇 개씩 얹혀 있었다. 동생과 싸우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 앞에서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았다. 신교육이 들어오기 전 회초리는 서당의 필수품이었다. 부모들이 서로 제 아이 종아리를 많이 때려 달라고 한짐씩 싸리를 꺾어다 바쳤다.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 훈계한다는 뜻의 달초(撻楚)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사랑의 매」이어야 할 교사의 체벌이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체벌은 학생을 지도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져 왔지만 가끔 체벌로 인해 학생이 부상을 입어 학부모가 항의하고 특히 최근에는 체벌받은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때 체벌 폐지논란이 일었지만 이제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교사·학생·학부모 합의로 체벌 기준을 마련, 원칙있는 체벌문화를 세우자는 방향으로 일단락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초중등교육법에도 교육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인정한다는 단서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회초리의 고귀한 가르침을 「사랑의 매」로 승화시켜 보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50∼80㎝의 길이에 1㎝안팎의 굵기로 단풍나무·싸리나무 등을 재질로 규격화한 회초리 제품도 등장했다.
이같이 회초리의 상품화 움직임과 관련, 체벌의 부상과 모욕감 등 제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노력들도 전개되고 이것이 발명으로까지 연결돼 특허로 출원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0년 이후 회초리 등 체벌도구 관련 특허 및 실용신안등록출원은 모두 6건이다. 이 중에는 체벌시 감정 개입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전기적 구동에 의해 타격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과 회초리 몸체 중간의 둘레에 홈을 파 일정 강도 이상 힘이 가해지면 부러지도록 한 것도 있다고 한다.
발명이란 시대의 요구에 의해 탄생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대한 발명이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 이 점을 감안할 때 발명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체벌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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