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한 정당이 여성 표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신문기사가 눈에 띈다. 물론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기사이긴 하다.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니 만큼 여성 표만 잡아도 당선된다는 산술적 논리에 기반한 것인지, 선거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표를 모아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에서 출발한 것일게다.
그러나 여성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문제, 특히 여성 중에서도 주부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고민은 아마 정당보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선거판에서의 영향력이 절반에 불과하지만 홈쇼핑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다 여성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여성후보를 내세우듯이, 여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장을 여성으로 내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의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여성정보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반갑다.
이는 여성정보화가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마인드 확산과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로 이어져 인터넷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실제로 지난 1월 한달간 인터파크 쇼핑몰의 상품구매건수를 기준으로 고객의 성비를 조사해 본 결과 여성고객의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현재 인터넷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네티즌의 성비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대부분은 아직도 인터넷을 편하게 이용하는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가정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아직도 보편화되기 힘든 상황이고, 인터넷 이용이 비교적 쉬운 직장에서도 근무시간에 마음 편하게 인터넷을 서핑할 수 있는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남녀성비의 불균형은 극심해진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의 불균형은 인터넷으로 사업을 하는 문제까지 확장될 경우 더욱 증폭된다.
이같은 남녀간의 불균형은 정보화 부문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보다도 인터넷은 아직 남성중심의 세계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이승희」가 꼽히고, 여자탤런트 포르노 테이프의 새로운 유통경로로 인터넷이 급부상한 것 등은 남성이 네티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은 인터넷에서 단지 「콘텐츠」일 때만 대접받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의 한 사람으로 여성들이 인터넷의 바다에 하루 빨리 몰려오기를 희망한다. 여성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여성들의 실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성정보화의 문제는 일반적인 여성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오직 정보화의 관점에서만 문제를 다룰 경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여성정보화를 내건 한 단체의 설립 취지문에는 「21세기 유망 직종으로 꼽히는 멀티미디어·영상·디자인·컴퓨터그래픽·애니메이션 등의 일들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여성들에게 뛰어난 감수성과 창의력」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전체 취지문의 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자칫 여성정보화가 지엽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상국 데이콤인터파크 콘텐츠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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