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조정하면서 창공을 가르는 인공지능 무인 헬리콥터」 「공연장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를 잠재우는 장치」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문화재의 하나인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복원한 음원 칩」
신선하고 장사가 될 만한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창업에 뛰어드는 대학(원)생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IMF 이후 황폐해진 대학가에 새로운 활력소로 등장하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사과정 조금배씨(28)는 크루즈 미사일처럼 스스로 조정하면서 날아가서 국경을 순찰하며 산불도 감시할 수 있는 무인 헬리콥터를 개발하고 있다. 조씨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스페이스로보틱스(http://spacerobot.snu.ac.kr)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이 회사는 창업 직후인 지난해 9월과 11월 서울대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개최한 「대학생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휩쓰는 등 벌써부터 단단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씨는 현재 같은 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는 친구이자 유일한 회사 동료인 박종원씨(28)와 머리를 맞대고 오는 6월 미 조지아공대에서 열리는 「무인 비행 경진대회(UAV)」에 출품할 헬리콥터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크루즈 미사일처럼 스스로 조정하면서 목표지점에 날아가서 국경을 순찰하며 산불도 감시할 수 있는 무인 헬리콥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컴퓨터과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박봉래씨(33)의 창업 아이템은 조금배씨의 무인 헬기에 비하면 사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최근 내놓은 창업 아이템은 공연장·교회 등에 들어가면 휴대폰의 버저소리를 자동으로 잠재우는 장치. 박씨는 최근 무선통신 분야에서 그 실력을 알아주는 한 벤처기업과 손잡고 현재 시제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예정대로 올 상반기중에 상용제품을 출시하면 휴대폰 한 세트당 25만원 선인 이 장치가 앞으로 5년간 70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박씨는 어렸을 때부터 홀로 라디오 등 전자제품을 닥치는대로 뜯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발명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발명에 대한 그의 열정이 다시 불붙게 된 것은 지난해 고대 창업 동아리인 「젊음과미래(회장 전상렬)」에 가입하면서부터.
이때부터 그의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는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번에 내놓은 휴대폰의 버저소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아이디어도 그가 평소 자동차를 몰고 터널에 들어갈 때마다 자동으로 전조등을 켜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발명 아이디어를 조금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대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한 사례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최근 에밀레종 소리를 복원한 음원 칩을 개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김범상씨(26). 숭실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인 그는 대학 4학년 때부터 창업을 결심, 학부과정을 졸업하자마자 이프컴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그동안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주력해오다가 지난해 말부터 아이디어 상품으로 방향을 전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밀레종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음원 칩을 개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최근 국내 대학가에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학생들의 창업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고려대 창업 동아리인 「젊음과미래」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김석기 교수(전자공학부)는 요즈음 대학생들의 도전의식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편에 속한다. 김 교수는 『요즈음 대학생들은 예전 학생들보다 자신의 진로를 훨씬 빨리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도 예전 세대에 비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같은 학교 강철희 교수는 이와는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오랫동안 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최근 고려대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이 학교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 소장을 맡아 활약하고 있는 강 교수는 『학생 때에는 철저하게 공부를 해야지 딴 곳에 눈을 돌릴 틈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적으로는 강 교수의 견해에 동조하는 교수들이 훨씬 우세한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최근 고용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고 있는 대학생 창업지원 사업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학가에 불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창업열기는 앞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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