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사업을 겨냥한 일본 소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소니의 게임기분야 자회사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는 지난 4일 플레이스테이션2용 128비트 CPU인 「이모션 엔진」을 생산하는 새 공장을 4월 도시바와 공동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 발표가 있기 며칠전 SCE는 4월중 플레이스테이션에 사용되는 그래픽용 LSI 「그래픽 신시사이저」를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특히 소니는 이번 투자발표를 계기로 SCE에 힘을 싣기 위해 이 회사를 100% 완전 자회사화했다.
두 공장을 합쳐 1200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규모도 규모지만 소니의 가전분야 기술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소니의 잇단 발표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반도체업계는 자금과 기술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니의 시스템온칩 시장 진출을 크게 경계해 왔다.
소니의 반도체사업은 연간 약 2500억엔 규모. NEC·도시바 등 일본 주요업체들과 비교해 절반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그룹내 조달이 대부분으로 외판하는 제품은 고체촬상소자(CCD)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고성능 CPU 등 주요 제품은 거의 전량 외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 양산라인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처럼 반도체업계의 주요 고객이던 소니가 순식간에 경쟁업체로 돌변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인 만큼 관련 반도체업체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니가 도시바와 이모션 엔진을 생산하기 위해 합작 설립하는 공장은 0.18∼0.15㎛ 첨단 미세가공기술이 사용된다. 4월 착공해 이르면 9월부터 8인치 웨이퍼 환산 월 1만장 규모로 가동에 들어간다. 자본금은 1억엔으로 도시바가 51%, 소니가 49%를 출자한다. 새 공장은 도시바 오이타공장의 설비를 이용하는데 이모션엔진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액 500억엔은 소니측이 전액 부담한다.
사실 이번 양사의 제휴는 반도체분야 설비투자에 부담을 느껴온 도시바와 자사 출하계획에 맞춘 안정적 부품공급을 원하는 소니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이루어졌다.
도시바로서는 이번 제휴로 로직LSI 분야에서는 드물게 대량생산이 확실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용 CPU를 제조함으로써 0.18∼0.15㎛급 로직제조기술을 손쉽게 확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비를 소니측으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여기서 확립한 기술을 다른 디지털가전용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도시바는 이번 새 공장 설립계약에서 잉여생산라인이 발생할 경우나 이모션 엔진의 생산이 중단될 경우에는 자사가 자유롭게 이 라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첨가했다.
이처럼 새 회사 설립은 여러모로 보나 도시바측이 얻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이를 먼저 제안한 것은 소니측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니는 새 회사 설립으로 플레이스테이션2 본격 출하시 필요한 CPU 물량을 자사 주도 아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라이벌 제품인 세가의 드림캐스트가 LSI 조달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타산지석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도 도시바측에 생산을 맡기고 전량 구입하는 형태를 취해도 될 것을 굳이 거액의 투자가 불가피한 새 공장까지 건설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면적이 이유 외에도 이를 계기로 시스템온칩 시장 본격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을 하고 있다.
소니로서는 우선 자사 공장을 보유함으로써 향후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칩 크기를 축소하거나 여러 회로를 한개 칩에 집적해 제조단가를 절감하고 칩을 고성능화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니는 반도체 관련기술을 습득해 지금까지 다른 업체로부터 구입해왔던 게임기용 반도체를 그룹 내에서 조달하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TV 등 디지털가전 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도 스스로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소니는 또 오는 4월 700억엔의 설비투자비를 들여 플레이스테이션에 사용되는 그래픽용 LSI 「그래픽 신시사이저」 생산공장을 신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100% 자회사인 새 회사의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환산 월 1만장으로 본격 가동시기는 내년으로 잡혀있다.
소니의 이번 도시바 합작사 설립과 그래픽 LSI 생산공장 설립 등의 발표는 가정용 게임기의 생산계획이 반도체의 생산계획은 물론 다른 디지털가전기기의 생산계획에 이르는 막대한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주문형반도체(ASIC) 등 특정기기 용도로 LSI를 설계하는 예는 있었으나 이번 경우처럼 특정기기의 시판계획에 맞춰 LSI 설비투자 및 미세가공기술의 개발을 고려하거나 새 공장 건설을 계획하는 것은 처음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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