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전자부문 빅딜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온 자동차부문의 빅딜이 정부의 강력한 종용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척되지 못함에 따라 자동차보다 명분과 실리가 훨씬 떨어지는 전자부문 빅딜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최근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문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빅딜을 통한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정부의 명분을 어느 정도 세워줄 수 있는 데다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에 넘겨주면서 막대한 자금부담을 안아야 하는 삼성그룹이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대우전자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수대금을 내 줄 수밖에 없어 별다른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없는 대우전자의 인수를 강행하겠느냐는 것도 전자부문 빅딜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우전자가 미국으로부터 1억3000만 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이를 계기로 독자경영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전자부문의 빅딜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빅딜발표 이후 빅딜대상기업으로 낙인찍혀 국내외 유통망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대우전자를 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전자부문 빅딜은 자동차에 밀려 어떠한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분간 해당기업조차 원칙없이 빅딜무용론과 빅딜불가론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갈수록 떨어뜨리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의 상황>
대우전자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1억3000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것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대우전자의 신용도가 예상만큼 크게 추락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보는 한편 독자경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룹 및 회사경영층으로부터 전자부문 빅딜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전주범 사장이 아직까지 공동대표 자격으로 외자유치 및 지분매각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외자유치도 비록 자산을 담보로 한 것이지만 쉽사리 대우전자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동안의 그룹이나 회사경영층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하나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대우전자 인수를 포기하고 올 초 결성된 대우전자인수단이 최근 해체됐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빅딜반대 및 독자경영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빅딜반대에서 생존권보장으로 투쟁방향에 대한 선회움직임이 감지됐던 노조와 비상대책위도 최근 전 직원들에게 전 사업장의 정상가동을 촉구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외자유치가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고 돈을 빌린 것뿐이며 금액 또한 6개월 정도의 운영비밖에 되지 않아 독자경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상황>
대우전자를 인수하는 삼성전자 측은 지금도 조직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자동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전자 인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대우전자 인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소문의 진원으로 작용했으며 실제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전자부문 빅딜로 삼성전자는 시너지효과는커녕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1천여명의 삼성자동차 직원이 삼성전자에 편입되면서 사내 분위기는 대우전자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슬림화를 추진해온 삼성전자가 1천명에 달하는 삼성자동차 직원들을 떠안은 만큼 기존 인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대우전자를 인수, 삼성자동차에서 받은 만큼 대우전자로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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