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2 시대가 개막됐다. 인디애나 대학을 네트워크 관리센터로 미국 전역의 1백17개 대학 및 25개 기업 연구단체, 정부기관을 연결하는 초고속 인터넷 프로토콜(IP)의 백본이 드디어 개통돼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열게 됐다.
인터넷2란 초당 2.4GB, 일반 다이얼업 모뎀과 비교하면 무려 8만5천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꿈의 인터넷. 병목현상이 없고 공중파TV 수준의 자연스런 비디오 스트리밍과 생생한 3D음질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미래형 네트워크다.
「아빌렌(Abilene)」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인터넷2 프로젝트는 지난 96년부터 약 5억5천만달러의 예산을 투입돼 추진돼온 사업이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개발주체는 대학차세대인터넷개발협회(UCAID). 인터넷2 백본 디바이스로는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의 광섬유가 깔렸고, 시스코 시스템스와 노텔(Nortel)의 새로운 고속 네트워킹 기술이 제공됐다. 또 3Com·MCI커뮤니케이션스 등 굵직굵직한 정보통신업체들이 물주로 나섰다. 그밖에도 인디애나 대학을 중심으로 미국 내 크고 작은 대학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인터넷2를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이 미래형 인터넷에 모든 네티즌들이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2는 태생부터가 학술연구망이다. 의학·화학·물리학 등 각 분야의 석학들이 인터넷을 가상의 실험실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체의 3D모형이라든가 복잡한 분자식을 데이터 병목 없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 필요했던 것.
첫번째 HTML 브라우저가 소개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거의 학자와 연구원들의 전유물이었다. 연구논문이나 관련파일이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아카데믹 인터넷의 시대였던 것. 하지만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급속히 인터넷 대중화가 진행됐고 미항공우주국부터 하버드대 도서관까지 웹서핑을 하려는 네티즌들로 붐비게 됐다. 인터넷2는 이같은 대중적 인터넷의 한계를 넘어 QoS(Quality of Service)라 불리는 품격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시한번 학술연구 발전의 전기를 마련해보자는 의미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
따라서 당장은 백본에 연결된 미국의 대학 및 정부 관련단체에서만 인터넷2를 체험할 수 있다. 리서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2에 접속할 수 없고, 인터넷2 사용자들도 기존의 인터넷에는 트래픽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2는 모든 네티즌을 위한 21세기 인터넷의 기본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의학실험부터 기상예보, 자동차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초고속 인터넷2를 이용한 연구의 성과물은 결국 네티즌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와 관련, 인터넷2의 공식 대변인 그랙 우드는 『올해 내에 상용 인터넷에서도 쓰일 수 있는 인터넷2의 애플리케이션 베타버전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밝힌다.
앞으로 인터넷2는 클린턴 행정부가 건설중인 교육연구망인 「차세대 인터넷(Next Generation Internet)」과도 통합될 예정이다. 차세대 인터넷이란 인터넷2보다는 느리지만 현재의 인터넷망보다는 1백∼1천배 빠른 네트워크로 오는 2002년에 완성될 계획.
또 지난해 말 UCAID가 CANARIE(연구·산업·교육 발전을 위한 캐나다 네트워크)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인터넷2는 오는 2000년까지 캐나다의 CA넷과도 연결된다. 그밖에 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일본도 인터넷2와의 협력을 모색중이다. 결국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인터넷2는 지구촌의 학술연구를 위한 플랫폼으로 정착될 전망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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