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있는 에이아이에스(대표 이연무·39)는 카메라로 반도체 불량품 등을 자동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기계시각(Machine Vision) 기술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는 벤처기업. 이 회사는 지난 92년 설립, 7년여간의 연구끝에 최근 기계시각 기술을 채용한 차세대 반도체 검사장비를 선보여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무명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에이아이에스가 오랜 연구활동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구비를 별 차질 없이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를 여럿 만나는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4억원인 에이아이에스는 지금까지 무한엔젤클럽(회장 조대연·60)에 소속된 2명의 엔젤을 포함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모두 2억7천만원에 달하는 자본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외부에서 유치한 풍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기계시각 분야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한 결과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연구성과를 거뒀다.
지난 95년부터 철도와 항공권 티켓 발매 등에 주력해온 금융서비스분야 전문업체인 한국엠앤씨(대표 구자동·43)도 최근 엔젤 투자자를 잇달아 유치함으로써 앞으로 큰 발전이 기대되는 회사다.
자본금이 5억원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2명의 엔젤을 포함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3억여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함으로써 IMF로 인한 극심한 불황의 파도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IMF 이후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얼어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두 회사의 경우처럼 독창적인 기술력과 시장성을 무기로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수혈받아 극심한 불황의 파도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사례들이 최근 속속 소개되고 있다.
「엔젤」이란 기술력은 있으나 돈이 부족한 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자금과 경영지원을 해주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개인이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기술사업금융회사나 창업투자회사 같은 벤처캐피털과는 다르다. 또 이들 엔젤 중에는 회사를 경영해본 사람들도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로부터 회사경영에 대한 자문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등 장점도 있다.
이같은 엔젤 투자가들이 모인 「엔젤그룹」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얼마전 박용성 OB맥주 회장, 송자 명지대 총장, 김진만 한빛은행장 등 경제계·학계 인사와 5백여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참가하는 「서울엔젤그룹」이 대한상의에서 창립대회를 가짐으로써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엔젤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유용호 실장은 『현재 국내에는 10여개의 엔젤그룹이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잇따라 결성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 97년 국내에서 최초로 결성된 「무한엔젤클럽」을 비롯해 「대덕엔젤클럽」 「부산테크노엔젤클럽」 「대구미래엔젤」 「충북엔젤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서울대 최고산업경영자과정을 졸업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결성한 「벤처아카데미」와 숭실대 교수와 학부모들이 만든 「천사자본모임」도 각각 1억∼2억원의 투자자금을 모아 현재 대학가를 중심으로 투자할 곳을 적극 물색하고 있다. 이들 국내 엔젤 투자자는 주로 정보통신·멀티미디어·의료장비·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분야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한엔젤클럽 조대연 회장은 『원천기술이나 이를 응용한 제품이 아니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투자원칙에 따라 지난해 3월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과 공동으로 신소재를 이용해 섬유를 개발하는 셀로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또다른 투자분야로 MP3분야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엔젤 투자자의 숫자가 각각 2백50만명, 1백5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10만명 정도의 엔젤 투자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는 벤처와 엔젤의 의미도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겠지만 엔젤 투자자들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경제활동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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