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PC통신이 음악시장을 바꾼다

 최근 음반을 내고 정식으로 가수로 데뷔한 「조PD」(본명 조중훈). 그는 아직 한번도 TV나 라디오 등 방송매체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흔한 매니저나 홍보대행사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음반을 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 잘 알려진 유명인사였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PC통신서비스인 나우누리 덕분. 나우누리 신인가수 코너에 「Break Free」 등 자작한 MP3 음악파일 8곡을 올려놓은 것이 계기였다. 그의 음악은 한달 만에 20만건의 조회를 기록할 만큼 히트했고 네티즌들은 「입소문」을 통해 그를 스타로 만들어놓았다. 온라인의 힘이 새로운 가수를 탄생시킨 것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유리·김형철·김상민 등도 데뷔전 PC통신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외국의 경우 이같은 사례는 더 많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무명 또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올려놓은 곡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가수들의 콘서트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만을 무대로 하는 얼굴 없는 그룹도 탄생하고 있다. 유명가수들도 음반발매 전 일부 곡을 인터넷에 공개, 인기몰이에 이용하고 있다.

 음악을 즐기려면 라디오 앞에서 녹음준비를 하고 있거나 레코드점에 가서 판을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구식이다. 인터넷 PC통신이 음악시장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혁명을 주도하는 태풍의 눈은 「MP3」. 파일이 크지 않으면서도 일반 CD 못지않은 음질이 무기다. 국내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는 MP3로 만들어진 파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네티즌들에게도 인기있는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이 파일을 이용할 경우 굳이 음반을 사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곡만 골라 들을 수 있고 쉽게 다른 PC로 옮겨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통신 나우누리의 한 IP담당자는 『유료정보 베스트 10위 안에 3개의 MP3가 포함될 만큼 이용자들에게 인기있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이외에 a2b·리퀴드오디오 등을 이용한 음악파일도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음악파일이 인기를 끌자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의 검색서비스업체인 「라이코스(http://mp3.lycos.com)」는 음악CD 50만장 분량의 MP3 파일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가수의 이름만 입력하면 손쉽게 MP3로 압축된 음악을 찾는 것은 물론 MP3 플레이어와 인코더도 구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업체인 TCI는 인터넷을 통한 음악전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가수들의 라이브콘서트 등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국내에도 MP3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을 이용하면 인터넷에서 전송받은 음악을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다.

 지난해 새한정보시스템이 「MP맨」이란 MP3 플레이어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에이맥정보통신·디지털웨이 등 1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MP맨 개발에 참여했던 디지털캐스트는 미국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과 합병, 「리오」란 이름의 MP3 플레이어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속속 등장, 시장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테크넷은 1백MB 용량의 집드라이브를, 시이크라프트는 6GB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각각 채용해 보다 많은 노래를 담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씨노스테크는 방송에 나온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했다가 재생하는 MP3 플레이어의 상품화를 추진중이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이를 통한 음반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음악혁명에 한몫을 하고 있다. 사이버상점이 레코드점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CD나우(http://www.cdnow.com)·뮤직블리바드(http://www.musicblvd.com)·커스텀디스크·뮤직메이커 등은 이제 전세계 음악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음악상점이 되었다. 특히 이들 상점을 이용하면 약 20달러에 자신이 원하는 곡들만 수록한 나만의 CD를 만들 수 있다. 음반회사가 기획한 앨범과는 별개의 나만의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도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형 오디오시장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SKM과 미국 리퀴드오디오사가 공동출자한 LAK는 올 하반기중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음악파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MTI는 최근 「인터넷 음악의 손익」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인터넷 판매의 세계 음반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0.1%(8천7백만달러)에서 2005년 7.3%(39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다운로드 판매의 경우 중간도매상의 마진을 줄일 수 있고 CD 제작과 판매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MTI는 2005년경이면 인터넷 음반판매 중 다운로드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타워·카멜롯 등 대형 도매상과 소니·워너 등 메이저 음반사들도 서둘러 인터넷에 음반점을 개설했다.

 이같은 인터넷 음악혁명에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저작권 문제. 영국의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와 프랑스의 음악가 장 미셸 자르를 비롯한 4백여명의 연예인들은 최근 자신들의 음악을 인터넷상의 해적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 때문에 기존 저작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인터넷에 나도는 음악파일 중 상당 비율이 불법복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도 음반저작권협회 등을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도 새로운 기술이 주도하는 음악시장의 지각변동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과 PC통신이 누구나 쉽게 음악을 생산하고 자신이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도록 음악시장을 바꾸고 있다』며 『인터넷이 가깝게는 음악애호가들의 청취패턴을 변화시킬 것이고 멀리는 연주자들의 음악생산 방식까지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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