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소형가전" (중)

 중소가전업체인 우림전자는 제빵기·주서믹서로 연간 약 5천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것도 선진국인 미국·유럽 등지에 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그 의미도 크고 지난해에는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역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수출품목이 제빵기·주서믹서에 한정돼 있는 데다 수출거래업체도 바이어 한두 곳에 집중돼 있어 위험부담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말 독일 쾰른에서 열린 도모테크니카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제품들을 값싼 가격에 대거 선보이면서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우림전자뿐만 아니다.

 현재 국내 중소가전업체들은 대다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주력해 온 수출품목이 더 이상 고유의 것이 아닌 데다 최근에는 대만산·중국산 등이 바짝 뒤좇아오고 있어 이제는 한국산이라는 점만으로는 바이어들을 설득하기가 어렵게 됐다.

 많은 중소가전업체들이 주서믹서·핸드믹서 등 주방용품과 무선 진공청소기·전기히터 등 소형가전제품을 수출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품들이 그동안 바이어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던 것은 독창적인 기술의 특장점 때문이라기보다는 가격대비 품질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원화 대 달러환율이 하락하고 있고 위안화의 평가절하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려워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또한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소형가전제품들은 테팔로벤타·브라운·물리넥스·필립스·레밍톤 등 유수 선진업체들이 끊임없이 디자인과 색상·기능들을 변화시키면서 후발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는 분야다.

 더욱이 이들은 자국 이외에 중국·동남아 등 다국적 생산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고루 갖춰 전 세계시장 석권에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어 국내 중소업체들로서는 이들을 따라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중소업체들이 숱한 약점들을 극복하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틈새상품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의 소형가전 전문업체들조차도 이같은 흐름을 파악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나이스 마쓰시타(Nais Matsuchita)사와 독일의 보이어(Beuer)사는 혈압이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혈압계, 체중계 등 가정용 건강기기를 주력상품으로 틈새시장을 뚫어가고 있다.

 『갈수록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선진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가정용 건강기기는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국내 중소가전업체들도 독창적인 아이디어 상품으로 수출 틈새시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멕스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원두를 볶아내는 커피로스터를 이번 전시회에 출품해 해외바이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원두커피가 일상화돼 있는 서구 식생활문화에는 꼭 필요한 제품인 데다 가정에서 손쉽게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됐다』며 『지난 전시회에서 진행된 수출상담을 비롯, 올해 안에 적어도 40만∼50만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 송유진 사장의 말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들도 『철저한 시장조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현지 틈새시장을 뚫을 수 있는 신제품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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