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살아야 국내 정보보호 체계의 기반이 선다.」
각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보보호 산업 일선에서 뛰고 있는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이는 현재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는 전자상거래(EC) 환경에서 정보보호가 중요한 축으로 대두되면서 국내 산업기반이 부실할 경우 글로벌 경쟁시대의 우리 「무기」가 상실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환경=본지가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정보보호 업계가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원사 31개 업체가 응답한 자료에 의하면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61.3%인 19개에 달했다. 응답기업들은 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인력 3백38명의 과반수인 1백92명이 초급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답해 기술개발의 핵심인 고급전문인력 확보에도 애로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관리 측면에서도 미숙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개발시 세부 시장조사를 선행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업체의 30% 정도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은 상당수 업체들이 회사 운영의 기본적인 틀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품 인지도=시장을 둘러싼 현실은 정보보호 업계의 희망사항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설문에 응답한 68개 수요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신뢰도·성능·가격경쟁력에 대해서는 국산 제품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전체의 92.3%인 60개 업체가 국산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으며 실제로 이들이 알고 있는 제품도 10개 미만(86.6%, 58개 업체)에 그쳤다. 수요자들이 느끼기에는 국내 정보보호 업계와 국산 제품의 기반이 미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급업체들이 응답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국산 제품이 방화벽·데이터암호화·침입탐지·스마트카드보안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마케팅력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는 『정보보호 산업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분야』라며 『업체들로서는 사실상 사용자 대상의 보안교육·홍보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의 고충=정보보호 업계는 시장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동시에 자금조달·인력확보 등에도 크게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설문 응답업체들은 회사 운영의 전반적인 애로점을 묻는 질문에 △자금조달 △보안정책의 제도적 규제 △마케팅력의 부족 순으로 응답했다. 또 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자금조달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고 이어 양질의 기술인력 및 원천기술의 확보 등을 어려움으로 들었다.
이와 함께 민수시장에서는 응답업체의 절반이, 공공부문은 전체의 77.4%가 적정가격을 받지 못한다고 응답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정보보호 업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가 제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업체들간 출혈경쟁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아 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정보보호 분야의 제도적 규제와 수요자들의 인식부족으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점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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