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가전> 가전 "커야 잘 팔린다"

 가전업계가 기묘년 벽두부터 두 마리 토끼몰이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 가전제품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대형기종에도 보급형 제품을 개발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초부터 이들 고급제품과 대형 보급제품을 앞세워 양쪽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고급제품과 대형 보급제품은 얼핏보기에는 시장에서 양립할 수 없는 제로섬 상품으로 여겨지지만 두 회사는 양쪽 시장을 모두 활성화시킨다는 포부아래 연초부터 두 마리 토끼몰이에 과감히 나선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대형 고급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 대형 보급제품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대형 보급제품의 수요가 많다는 것은 대형 고급제품의 수요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창과 방패와 같은 대형 고급제품과 대형 보급제품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만 침체된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내수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현실과 상식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컬러TV의 경우 지난해 극심한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29인치 이상 대형TV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에 29인치 이상 대형 컬러TV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에서 무려 37%를 차지했으며 올들어 지난 1월에는 43%로 뛰어올랐다. 29인치 이상 대형기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에 29인치 이상 대형 컬러TV의 판매비중이 전체의 40%를 기록했으며 올 1월에는 45% 비중으로 올라갔다.

 또한 두 회사의 21인치 이하 중소형 컬러TV는 몇 년 동안 나란히 전체 판매량의 40%의 비중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반면 전체 판매비중에서 두 자릿수를 차지하던 25인치 중형 컬러TV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 자릿수로 급격히 떨어졌다.

 때문에 업계는 중형 컬러TV의 수요가 대형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중형 컬러TV 수요자들은 대형 중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보급형을 선호하고 있으며 그동안 대형 선호층들은 보다 가격이 비싼 고급형 구매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냉장고에서는 대형화 추세가 컬러TV보다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97년에는 5백리터 미만 중소형 냉장고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절반이 넘는 52%에 달했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48%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43%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올 1월에는 38%로 비중이 현저히 감소했다.

 반면 5백리터 이상 대형 냉장고는 97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의 47% 비중이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쩍 수요가 증가하더니 올 1월에는 절반이 넘는 54% 비중으로 올라섰다.

 그 중에서도 대형 고급냉장고인 지펠은 첫선을 보였던 97년 상반기에는 1%의 비중에 그쳤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무려 10%로 높아졌다.

 LG전자도 5백리터 이상 대형 냉장고가 97년에 44%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0%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올 1월에는 무려 60% 비중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와는 반대로 5백리터 미만 중소형 제품은 지난 97년 전체의 60%에서 지난해에 절반으로 줄어들더니 올 1월에는 40%선으로 떨어졌다.

 또 고급형인 디오스 냉장고도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판매량이 2천5백대이던 것이 올 1월 한달 동안에는 3천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탁기는 냉장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10㎏들이 대형 세탁기의 판매비중은 이미 97년에 전체의 66%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85%로 높아졌고 올 1월 한달 동안에는 90%로 올라가 중소형 제품이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LG전자가 고급형으로 선보인 터보드럼 세탁기는 보급형인 동급용량의 통돌이제품보다 가격이 40%나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에 4%의 비중에서 하반기에는 15%의 비중으로, 그리고 올 1월에는 20% 비중으로 급격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국내 가전수요는 중형 제품의 급격한 수요감소와 대형 고급제품 및 대형 보급제품의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양사가 대형 고급제품과 대형 보급제품의 수요를 동시에 낚아채려는 두 마리 토끼몰이 전략은 결코 꿈이 아닌 것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부쩍 두드러지고 있는 대형 고급제품 수요와 대형 보급제품 수요 증가를 매출확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아래 전방위에 토끼몰이꾼을 투입하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삼성전자는 「작은 TV는 볼 수 있지만 작은 냉장고에는 식품을 넣어두지 못한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고급형과 보급형의 병행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용량을 유지하면서도 기본기능만을 탑재해 가격을 떨어뜨린 실속형 보급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삼성전자는 올해부터는 소비전력을 최대한 줄인 에너지 절약형으로 대형 보급제품 판매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또 지펠과 같은 고급제품일수록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 고부가가치 고급제품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 완벽한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일선 판매현장에서도 보급형 제품과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차별화된 판매정책을 구사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대형 보급제품의 시장공략을 보다 강화한다는 전략아래 98년형 앞에서 뒤에서 전모델이 마이컴방식이었던 것과는 달리 99년형에는 7개 모델 중 4개 모델을 기계식으로 바꿔 가격을 10만원 정도 인하할 계획이다.

 또 7백리터 이상 초대형이면서 양문여닫이형인 고급형 디오스 냉장고는 일부 부유층에 수요가 국한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중산층으로까지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신혼부부나 구입이 기대되는 고객들에게 카탈로그를 보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컬러TV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올해 고급제품인 완전평면TV 수요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7월부터 대형 컬러TV가 수입선 다변화 조치에서 해제될 것에 대비, 올 상반기중에 완전평면TV 1개 모델을 추가해 29인치 2개 모델과 32인치 1개 모델 등 총 3개 모델로 라인업하고 40인치 이상 초대형 프로젝션TV인 파브 등 고급제품을 내세워 내수시장을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보급형 제품도 기존 모델인 명품제품을 보다 고급형인 플러스원으로 완전대체해 보급형 제품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심리가 위축돼 있는 만큼 일반유통 외에 특판조직을 적극 활용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등 대형 컬러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고급제품인 완전평면TV를 소형에서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춰 완전평면TV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이미 17인치에서부터 29인치·32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완전평면TV를 라인업한 데 이어 상반기중에 모델수를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완전평면TV 플라톤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판매사원을 교육시킬 전담요원 친절강사 20명을 선발, 운영하고 완전평면TV를 직접 개발한 연구원들로 구성된 TV중매단을 구성해 상반기까지 전국의 가전대리점·백화점·양판점·할인점 등의 매장을 돌며 홍보활동을 펼칠 작정이다.

 또 대형 보급형으로는 신혼부부들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설계된 신랑각시 모델을 새로 선보이고 대중수요층 공략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완전평면TV와 신랑각시 모델로 고급수요층 대형 보급제품 수요층을 동시에 공략, 내수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형이 전체의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세탁기 시장에서는 LG전자가 터보드럼을 내놓고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처음으로 클러치 없는 세탁기인 고급제품인 터보드럼 세탁기를 지난해 1개 모델에서 올들어 2개 모델로 늘렸으며 이후 모델수를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기존 통돌이 세탁기를 대형 위주로 편성해 보급제품 수요층을 공략하고 이보다 가격이 40%나 비싼 터보드럼 세탁기의 판매비중을 올해안에 전체의 30%선으로 끌어올려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자동균형조절장치(ABS)를 채용한 고급형 ABS세탁기를 고급형으로 내세우고 기존 수중강타 대형모델을 보급형으로 삼아 양동작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다른 제품이 세탁시 세탁기가 흔들려 모터 등의 고장이 잦은 데 비해 ABS세탁기는 자동으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고장없이 오래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다른 제품에 비해 20만원 이상 비싼데도 고급제품 수요층의 구매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또 수중강타 모델은 대부분 10㎏ 이상 대용량으로 라인업해 대형을 선호하지만 고가에 구매하기를 꺼리는 수요자들의 발길을 잡는다는 포석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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