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기 장착차량 급발진사고 원인 규명 "티격태격"

　최근 들어 자동변속기 장착차량의 급발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고원인 등을 둘러싸고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비자단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완성차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1월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발생한 현대 뉴그랜저와 이달초 발생한 쏘나타 차량의 급발진사고 등과 관련, 오토차량의 급발진사고는 차량의 결함이 아니라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그동안 국내외 정부 공인기관에서 수차례에 걸친 검증 결과 오토차량의 급발진사고는 차량결함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가 급발진차량을 대상으로 안전기준인 미터당 30V보다 가혹한 조건인 1백V로 전자파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차량결함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지난 1월에는 소비자보호원 주관으로 주행테스트를 실시했으나 사고사례와 같은 급발진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협회의 주장에 대해 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사고차량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자동변속기 장착차량 급발진사고의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자동차공업협회와 완성차업체들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차량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소보원측은 지난해 실시한 전자파장해 테스트 결과 급발진과 관련된 직접적인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7가지 전자파 장해현상이 나타났으며, 특히 자동차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속도증가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는데도 완성차업체측이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보원측은 또 정부주도로 소비자단체·완성차업체·협회 등 관련기관들이 모두 참여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97년 10월에서 98년 9월까지 1년 동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와 대우·기아·삼성·현대정공·수입차 등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전 차종의 급발진 사고는 31개 차종 1백75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