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화사 "페이스" 한동일 감독

 26부작 TV 애니메이션 「붕가부」를 제작중인 영화사 페이스의 한동일 감독(27). 그는 요즘 어딜 가나 이마에 안테나 같은 뿔이 2개 솟아 있고 개구리처럼 눈이 툭 튀어나와 무섭기는커녕 보기만 해도 웃음이 묻어 나오는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머리 속에 그리고 다닌다.

 만물박사 「닝닝닝」, 공주병환자 「누누」, 히스테릭한 노처녀 「뀌리」, 그리고 정의감이 넘치는 골목대장 「징」. 모두가 초록별 붕가부에 사는 외계인들이다.

 아차 실수로 블랙홀에 빠지는 바람에 우주 반대편으로 튕겨나가 달에 불시착한 붕가부족 사람들은 하루빨리 우주선을 고쳐 고향별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괴팍한 과학자 「타타르」의 방해로 온갖 고생을 겪는다.

 『붕가부는 깜찍하고 엉뚱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 같은 애니메이션이 될 겁니다. 사무실에 와서 캐릭터 디자인을 보신 분들마다 귀엽고 깜찍하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캐릭터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페이스 전직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한동일 감독은 붕가부가 미국이나 일본의 캐릭터와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아주 독창적인 토종 캐릭터라는 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알고 보면 그는 이 캐릭터들 만큼이나 개성파 감독이다. 턱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록가수처럼 머리를 뒤로 묶은 외모부터 눈길을 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벌써 11년이나 컴퓨터그래픽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것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이력을 말해준다.

 『초등학교시절엔 애플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컴퓨터그래픽이 너무 좋아서 88년부터는 CG업체에 들어가 시간제로 일했습니다. 그게 중3때였죠. 고등학교까진 마쳤지만 워낙 일이 좋아 대학 갈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땐 미대에 간다 해도 컴퓨터그래픽만 가르쳐주는 학과가 없었고 필드에서 실전경험을 쌓는 게 훨씬 지름길이라고 생각됐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KIST의 웨이브프런트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수료하는가 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한국관 CG작업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대학 졸업장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대학갈 나이에 제로원픽쳐스에 입사했고 CF부터 드라마·전시회·공연물 등 다양한 형식의 컴퓨터그래픽에 파묻혀 살았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라면 보통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심감은 그를 서른도 안된 나이에 CG업계에서 인정받게 한 힘이 됐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그에게 또다른 도전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어 지난 95년 디지털필름 프로덕션 페이스를 창립했고 4년만에 붕가부로 첫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페이스처럼 작은 영화사가 26부작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운이 좋아 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의 종합영상물 시범사업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사전 제작지원도 받게 됐지만 편당 1억2천만원씩 총 32억원의 제작비를 확보하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 준비중인 2차 데모버전을 들고 해외 영화시장에 나갈 생각입니다. 캐릭터를 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국내 벤처 캐피털들과의 상담도 앞두고 있죠. 쉽지야 않겠죠.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한동일씨는 붕가부에 이어 극장용 애니메이션 「천국의 날개」와 또다른 TV시리즈 「꿀꿀이 특공대」도 기획중이다.

 앞으로 페이스를 애니메이션 전문영화사로 키우는 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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