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ISDN 협력업체 "유명무실"

 한국통신이 종합정보통신망(ISDN)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협력업체 제도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협력업체가 ISDN 가입자 확보와 기술개발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협력업체 사이의 역할구분이 모호하고 지원책이 거의 마련되지 않는 등 다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통신 ISDN사업과 관련한 협력업체는 20여개에 달한다. 한국통신은 ISDN사업 활성화를 위해 96년 11월 ISDN회선 대행업체를 시작으로 단말기와 장비 협력업체, 공동마케팅업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중소업체와 잇달아 손을 잡았다.

 한국통신은 먼저 ISDN회선 대행업체로 뉴텍정보통신·고구려멀티미디어통신·중도전자·헨텔레콤 등 8개 업체를 두고 있다. 회선대행업체는 말 그대로 ISDN회선을 대신 영업해주는 ISDN 위탁영업체를 말한다. 이들 업체는 비록 8개에 불과하지만 자체 대리점이나 영업점을 포함하면 ISDN회선 위탁영업점은 4백여개에 이른다. 한국통신은 전화국과는 별도로 전국에 4백여개의 ISDN 위탁영업점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위탁영업점이 지난해 가입시킨 ISDN 가입자는 전체 회선수의 10%도 되지 못한다. 회선대행업체는 일반 기업체나 소규모 사업자를 겨냥한 ISDN 일차군접속회선(PRI)보다는 주로 일반 가입자를 겨냥한 기본접속회선(BRI)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로 보급된 BRI회선 1만6천5백76개에 비춰볼 때 이 가운데 10분의 1 정도인 1천5백회선 정도를 보급하는 데 그친 셈이다. 말뿐인 협력업체이지 실제로 ISDN회선 보급 기여도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한국통신은 ISDN단말기 및 장비협력사로 슈퍼네트·ACN테크·아이앤티텔레콤 등 12개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단말기 및 장비협력사는 한국통신 ISDN시험센터의 품질검사를 거쳐 ISDN단말기와 장비 품질에 관해 합격한 업체다. 하지만 한국통신은 이들 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킨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지원책이 전무하다. 단지 전화국을 통해 이들 업체의 제품을 권장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당초 협력업체 설립취지인 ISDN 기술개발이나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ISDN단말기의 보급보다는 마케팅 일환으로 한국통신의 협력업체라는 점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통신은 최근 이같은 협력업체에 더해 공동마케팅 협력업체를 새로 신설했다. 하지만 공동마케팅사는 기존 ISDN 회선대행업체나 단말기와 장비 협력사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은 이름만 다른 협력업체 수만을 늘려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은 공동마케팅이나 공동기술개발, 보조금 지원과 같이 ISDN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전무한 점도 협력업체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는 여론이 높다.

 ISDN업체의 한 관계자는 『말만 협력업체이지 한국통신 차원에서 지원책이 전무하고 협력업체군 사이에 역할 구분이 모호해 당초 설립된 취지와는 달리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수를 단일화하면서 실질적인 파트너 관계로 ISDN사업에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ISDN 협력업체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선정되기보다는 그때그때 구성된 것이 사실』이라며 『ISDN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