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도 개혁 바람

 그동안 TV방송에 밀려 낙후된 매체로만 인식되던 라디오방송에도 개혁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라디오방송의 개혁을 이끄는 주체는 물론 방송개혁위원회(이하 방개위)다. 방개위는 최근 시민채널 개설, 디지털라디오방송(DAB), AM과 FM의 차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라디오방송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방개위는 우선 라디오방송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방송위원회에 라디오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국가 기간 채널인 KBS1 라디오를 제외한 TV·라디오를 함께 운영하는 방송사는 라디오방송을 TV로부터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책임경영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한 TV뉴스의 라디오 동시중계를 지양하고 라디오뉴스의 독자적인 편성을 강화할 것을 라디오방송의 발전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방개위는 이와 함께 그간 제 위상을 찾지 못하던 AM방송과 FM방송 사이의 역할분담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같은 역할분담 방안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표준FM방송의 개국을 둘러싼 방송사간의 갈등도 해소되고 라디오채널의 전문화가 한층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AM방송을 FM주파수로 동시에 내보내는 표준FM방송은 동일한 방송 프로그램을 AM과 FM으로 송출한다는 점 때문에 전파낭비라는 지적이 많았으며 방송계 일각에서는 AM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는 강경입장도 있었다. 그러나 AM방송용 주파수는 우리나라가 국제기구에서 어렵게 얻은 국가적 자원인 데다 국가 비상사태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대책 없이 회수할 경우 국가적 손실만 자초한다는 것이 방송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방개위는 이같은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라디오방송정책을 FM 중심으로 추진하되 AM방송은 장애인을 위한 전문방송 등 특수방송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표준FM을 운영하는 방송사들은 기존 AM방송을 특수목적방송이나 전문방송채널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AM과 FM을 운영하면서 광고매출만 늘리던 안이한 사업방식으로는 라디오방송을 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방개위는 소출력 FM방송과 시민채널의 도입도 제안하고 있다. 소출력 FM은 아주 오래 전에 국내에서도 시행된 적이 있었으나 어느 때부터인지 별다른 이유 없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대전엑스포 당시 행사목적으로 잠깐 허용됐다. 방개위는 라디오방송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출력 FM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소출력 FM의 허용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FM방송용 가용주파수를 공표할 것을 주문했다.

 시청자 주권확대 차원에서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접근해 운용할 수 있는 시민채널의 개설은 라디오매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채널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언론 유관단체에서 추진해온 「국민주방송」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주방송의 설립을 준비중인 방송계 인사들은 당초 TV방송을 개국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으나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방송국 개국에 소요되는 자금이 TV보다는 훨씬 적은 라디오를 이용한 시민채널의 개설이 매우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방개위측은 시민채널을 우선 라디오에서 시작해 점차 위성이나 케이블 등 뉴미디어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방개위측은 앞으로 공익적인 라디오채널이나 장애인방송 등 전문방송에는 방송발전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민채널이 개설될 경우 재원문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측된다.

 방개위는 디지털라디오방송(DAB)과 부가서비스의 도입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미 KBS가 2001년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과 함께 DAB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DAB를 도입하면 라디오방송의 품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현재의 가용주파수 부족현상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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