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이 지난달 29일 숭실대학교 사회봉사관에서 중기청·정통부·과기부·문화부 등 벤처관련 4개 부처 관계자와 업계·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99년 각 부처별 벤처지원정책」 발표와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가졌다. 벤처창업 활성화와 육성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한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올해는 지난해 실시됐던 각종 지원정책을 토대로 보다 입체적인 지원정책들이 구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정부가 이제는 직접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인프라 구축과 환경정비 등과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의 효율성을 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있었던 정책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오해석(사회·숭실대 부총장)=지금까지 벤처관련 4개 부처의 올해 지원정책에 대해 각 부처 관계자들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발표하신 내용으로 볼 때 정부당국의 자금지원 방향이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융자지원보다는 투자쪽으로 전환하고 입지지원 역시 인위적인 육성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것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등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방향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점에 대해 벤처캐피털 측면에서 말씀해 주시죠.
△곽성신(우리기술투자 사장)=지난해 벤처특별법이 대폭 개정되는 등 많은 벤처지원정책이 여러 부처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연구소·기업체 등 「배태조직」, 집적시설과 기술지원 등과 같은 「지원조직」, 코스닥·에인절 등과 같은 「시장기능」 등 3가지 조건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배태조직은 충분하다고 판단되며, 지원조직은 현재로서도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장기능입니다. 중기청이나 정통부·과기부·문화부 등 주무부처의 투자재원 운용방향이 융자가 아닌 투자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아쉽게도 부처별로 각각 추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장기능이란 코스닥이나 에인절·벤처캐피털 등 중개자들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 자금이 흐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각 부처의 투자재원을 통합 운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회=부처별 벤처지원정책의 중복과 상충문제에 대해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일각에서 여러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벤처지원정책을 내놓다 보니 서로간 충돌이 일어나고 정책간 중복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계형(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부처별로 고유한 기능은 있으며, 전체적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현재 부처별 중복 및 상충되는 정책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벤처기업정책협의회」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등 2개 채널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들 기구를 통해 전체적인 코디네이션을 추진중이어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임차식(정통부 산업지원과장)=정책의 통합만이 능사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각 부처의 고유 특성에 맞는 정책이 실제로 허다한 실정입니다. 만약 지원정책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자원확보가 어려워져 당장 자금을 동원할 수 없어집니다. 또 집행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큰 틀은 두 채널을 통해 조정하고 실무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
△김홍진(과기부 기술지원과 사무관)=저도 중기청이 마련한 법·제도적 틀 하에서 부처별로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과기부의 경우도 기초과학과 연구기능을 강조하는 만큼 타부처에 비해서는 기술집약적 벤처기업이 강조되고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박영대(문화부 영화진흥과 서기관)=곽 사장이 말씀하신 벤처육성의 조건 중 시장기능의 부족에 공감합니다. 저희 문화부에서 벤처펀드를 조성하게 된 것도 시장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시장기능이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곽 사장=벤처캐피털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만을 뽑아 투자하도록 하는 전문 중개자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벤처투자도 이같은 전문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정보통신부도 전문기관에 맡겨서 한다고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 국장=맞습니다. 펀드 운영 자체를 공공부문에서 할 수는 없습니다. 운영은 시장기능에 맡겨야지요. 요즈만펀드 역시 파생펀드로 운영 자체는 민간에서 하고 있습니다.
△곽 사장=과기부의 벤처투자 창구역할을 했던 KTB가 최근 형식적으로나마 민영화됐습니다. 앞으로 벤처에 대해 과학기술진흥기금 등을 어떤 채널로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생각인지 벤처캐피털의 입장에서 무척 궁금합니다. 그동안 과기부 정책자금 중 상당 부분이 KTB를 통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사무관=비록 KTB가 민영화됐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습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민영화가 됐으니 이젠 다른 시각으로 접근돼야 하겠지요.
△사회=벤처기업가가 보는 각 부처의 올해 벤처기업 지원정책은 어떻습니까.
△김길웅(한국기업전산원 사장)=한마디로 현재 벤처창업과 관련한 지원정책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새로 창업을 하려는 대학생이 만약 지원정책을 찾으려 한다면 지원건수가 너무 많아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벤처기업은 기술보다 비즈니스가 중요합니다. 수요가 일어나야 기업이 삽니다. 정부도 창업 이외에 지원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통부·과기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이 창업지원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하나 지금 필요한 벤처정책은 성공한 전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성장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끼리, 중견기업은 그들끼리 장사를 하고 있어 영세한 벤처기업이 유통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정책도 이윤동기에 충실해야 합니다. 현재 살아있는 기업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잃은 이유는 바로 유통업을 천시해왔던 데 있습니다. 제조업체가 대리점을 보유, 유통채널까지 확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같은 환경에서 벤처기업을 아무리 많이 만든다 하더라도 대부분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벤처가 이 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통을 지원해주는 획기적인 지원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유통채널 확보만 된다면 벤처창업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입니다.
△사회=아무튼 이같은 지적은 정부정책에 반영돼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정부지원책이 창업쪽에만 있으며, 규제로 인한 기업경영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지적은 정부 관계자들께서 되새겨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국장=우선 규제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제시해 주신다면 이를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사장의 지적 중 벤처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IMF사태가 터지면서 실업이 늘고 대학생들의 취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언론이 창업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술거래소」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세계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미국의 마케팅조직과도 채널을 확보했습니다. 조만간 개통될 벤처넷에서도 판매가 포함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조달청과 협의, 벤처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 주도록 했습니다. 저도 앞으로 판매문제가 중요하다는 데 1백% 공감합니다. 문제는 판매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죠.
△김 사장=유통채널 확보는 벤처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범적으로 서울 거점지역에 유통센터를 지정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임 과장=유통은 중요합니다. 정통부도 이점을 중시, SW제품 유통문제에 대한 지원책에 조만간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유통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씀인데 요즘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높은데 아직까지 4개 부처가 벤처기업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통은 결국 전자상거래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예측되는데 전자상거래 활성화 대책은 있는지요.
△이 국장=중기청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추진체를 구성했으며 예산도 많이 배정해 놓았습니다.
△임 과장=정보통신부도 정보화기획실에서 이를 담당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배명진(숭실대 창업지원센터장·교수)=저는 대학에 있으니까 대학내 벤처창업을 중심으로 얘기를 할까 합니다. IMF 이후 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창업 말고는 돌파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대학내 벤처창업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내 창업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창업동아리 붐 조성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몇가지 정책 제안을 하면 우선 대학내 창업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대와 상경대간에 상호 연계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합니다. 또 단순한 창업스쿨 수준을 넘어 집중적인 벤처기업가를 양성하는 「벤처대학」을 설치, 예비창업자나 초기 벤처기업가의 부족한 자질을 메워주어야 합니다. 이밖에 대학·지자체가 구심점이 되는 벤처타운 조성 등 대학을 벤처기업 및 벤처인 양성의 산실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세심한 배려와 보다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리=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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