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을 시작으로 종합병원의 고가 의료기기 납품 비리 사건 수사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바이오스페이스(대표 차기철)의 「정도(正道) 영업」이 새삼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
체성분 분석기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95년 미국에서 의공학을 전공한 차 사장이 귀국,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제품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장비 납품과 관련해 어떠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적이 없는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도 영업」으로 알려진 이 회사의 영업전략은 오직 기술력과 제품의 성능만으로 승부한다는 것.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전략인 셈이다.
당시 고가 장비를 납품하려면 의사 및 병원 측에 금품이나 해외 연수비 등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특히 체성분 분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영업 방침은 판매를 않겠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무모한 짓」으로 인식됐다.
실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약간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면 쉽게 계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단호히 거부,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 회사의 이같은 영업 방침으로 일부 의료계 인사들 사이에서 차 사장은 「매우 건방진 인물」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때 이 회사는 국내 영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장비 납품 과정이 비교적 투명한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우회 전술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회사가 여러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도 영업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까지 의료장비를 파는 회사는 오래 못간다는 차 사장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한번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향후에도 계속 리베이트를 제공해야 되며,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만큼 회사의 수익 구조가 나빠짐은 물론 경영이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불투명한 경영은 총체적 부실을 낳고 결국 그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판단인 것이다.
차 사장은 이같은 리베이트 관행이 의료기기 및 의료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퍼져 있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보·기아 사태에서 촉발되기 시작해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선 것도 알고 보면 리베이트를 비롯한 부패가 만연해 있는 사회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수시로 전 직원들에게 이같은 방침을 주지시키고 있는 차 사장의 정도 영업 전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에서도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 및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렵게」 납품한 제품의 성능이 이 회사의 영업 방침을 확고히 뒷받침해 준 데다 「이 회사 제품을 살 때는 절대 바가지를 안 쓴다」는 경험론적 인식이 의료계에 폭넓게 확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초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 정밀 체성분 분석기(모델명 InBody 2.0)를 처음 수출한 바이오스페이스는 CE마크 획득으로 유럽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부터 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한편 내수시장에서도 외산을 제치고 확고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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