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장철을 앞두고 불기 시작한 김치냉장고 열풍이 해를 넘긴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김치냉장고가 한국형 주방 가전기기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16만대보다 9만대가 늘어난 총 25만대. 8만5천대 규모를 형성하는 데 그쳤던 97년 대비 무려 3배 가량이 늘어났다.
김장철을 앞둔 지난해 10월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주문량이 만도기계와 삼성전자 등 김치냉장고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폭주한 덕택이었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 전문업체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최대의 인기를 끌고 있는 만도기계의 「딤채」는 연말까지 2만대 가량이 정체되는 등 그야말로 없어서 못파는 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그대로 이어져 올해는 김치냉장고 시장규모가 35만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내년에는 50만대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더이상 틈새상품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규모다.
실제로 전자레인지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가 총 45만대 정도에 불과했지만 대표적인 백색가전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치냉장고도 조만간 틈새상품이라는 딱지를 떼고 명실상부한 가전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을 주도한 업체는 역시 만도기계. 만도기계(대표 오상수)는 지난해 총 16만대의 김치냉장고를 판매, 8만대 가량을 판매했던 97년 대비 2백%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만도기계는 올해 「딤채」 판매목표를 25만대로 늘려잡고 있다. 이를 위해 만도기계는 앞으로도 생산라인을 계속 2, 3교대로 완전 가동하고 주부사원을 통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의 경우도 지난해는 김치냉장고를 주력상품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에는 「김치독」 판매량이 월 수백대 수준에 불과해 사내판매에 나서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차츰 판매량이 늘어나다가 김장철을 앞둔 10월 이후부터는 월 1만5천대 규모에 달하는 폭발적인 판매 신장세를 보인 데 힘입어 지난해 총 6만5천대의 「김치독」을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는 15만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체냉매인 「R134a」를 채용한 60ℓ급 신제품 4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오는 3월에 내부 용량을 넓혀 김치통을 2개까지 넣을 수 있도록 한 디럭스형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청호나이스(대표 황종대)도 지난해 반도체방식의 김치냉장고인 「아이스뱅크」 등으로 총 2만5천대 가량을 판매했다. 올해는 최근 출시한 60ℓ 용량의 「김치나이스」에 이어 다음달께 78ℓ급과 1백25ℓ급 초대용량의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하는 등 제품을 다양화해 5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만도기계·삼성전자·청호나이스 등 선발업체들이 올해 판매목표를 대폭 늘려잡음에 따라 올해는 이들 업체의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이 전례없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해피라인·반성·대우캐리어·카슨전자 등 지난해 김치냉장고 시장에 가세한 신규업체들도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선발업체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어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을 둘러싼 판매경쟁이 볼 만해졌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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