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의 LG그룹사 가운데 LG정보통신과 LG세이커스 농구단은 가장 닮은 꼴이다. 화려하고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조직력으로 한걸음 한걸음 소처럼 전진, 주위에서 「어 어」 하는 사이에 어느새 동종업계 정상의 자리에 선 것이 그렇다. 공교롭게도 프로농구 리그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세이커스 농구단의 후원회장이 국내 정보통신업계 선두주자인 LG정보통신의 서평원 사장이다. LG정보통신은 새해 가장 주목받으며 잘나가는 기업이다. 지난 96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이동전화단말기와 교환기·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고속질주를 거듭해왔다. 그룹의 수익원으로 반도체 지분인수 등에 현금을 투자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해가 바뀌니 이것이 엄청난 주식차익으로 변해 있고 정보통신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시장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새해 증권전문가들은 일제히 LG정보를 「매수 적극 추천종목」으로 권하고 있다. 「품질은 협상대상이 아니다」라는 경영철학을 앞세우며 세계 10위권 정보통신업체를 꿈꾸는 서평원 사장을 만났다.
대담:정복남 정보통신산업부장
-지난해는 모든 기업이 어려웠던 한해였습니다. LG정보통신에 있어서도 지난 1년은 의미있는 한해였을텐데요.
▲지난해는 IMF 상황과 별개로 투자축소와 경쟁심화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지속된 한해였습니다. 이같은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 확보」 「해외시장 개척」 「비상경영 추진」을 경영과제로 삼고 실천했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국내보다는 해외진출의 발판을 다지는 마케팅전략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LG정보통신은 지난해 2조3천억원이 넘는 매출과 약 8백억원의 경상이익을 실현했습니다.
국내시장에서는 단말기 매출이 1조2천억원을 달성하는 등 주력사업인 CDMA분야에서만 1조8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수출도 1억6천만달러를 달성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경영여건을 마련했습니다.
-올해도 경영여건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한해 동안 사업을 어떻게 이끌 계획인지요.
▲올해도 크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단말기의 경우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1천4백만명을 넘어서면서 단말기 수요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통신사업자들의 통신장비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올해는 자체 기술로 CDMA 핵심칩의 국산화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차세대 이동통신 IMT 2000의 기술표준화 작업을 주도해 나가는 등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사업구조조정을 실시해 나가는 한편, 주력사업인 CDMA 이동통신장비 및 단말기사업을 비롯해 IMT 2000·ATM·광전송장비 등 미래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LG정보통신은 올해 「수익성의 극대화」 「해외시장 개척의 가속화」 「품질혁신의 성공적 수행」의 세가지를 경영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수출 5억달러를 포함해 올해 2조5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경영과제 중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특별한 전략은 있는지요.
▲어떤 환경 아래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강한 기업체질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내부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속적인 원가절감은 물론 혁신설계를 통한 재료비 절감, 그리고 구매력 강화를 통한 구매단가 절감에 노력하는 한편, 핵심부품의 국산화 작업을 통해 최대한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술력 확보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해외사업 강화에 주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동통신단말기 및 시스템의 해외수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일텐데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 CDMA 단말기를 수출하며 북미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중남미·러시아·베트남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해 왔습니다. 올해는 특히 세계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Global Player」가 될 수 있도록 해외사업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할 예정입니다. 북미지역 수출과 중남미지역 공략을 통해 약 1백만대의 단말기를 수출할 계획입니다.
현재 3개 모델인 수출형 단말기의 경우 모델 다양화를 통해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한편 CDMA 이동통신시스템의 경우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 나가고 중국·러시아·베트남·루마니아·CIS 등 전략지역에도 거점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품질을 특별히 강조하고 계신데 품질에 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항상 사업장을 방문할 때 즐겨 쓰는 말이 「품질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고객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주고 세계 유수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진 품질 수준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겠기에 품질을 경영의 핵심과제로 삼았습니다.
시장에서 발생되는 품질문제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응체제의 구축을 통해 고객만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더 이상 출하하지 않겠다는 것이 품질에 대한 확고한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품질」을 경영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올해를 「LG정보통신 품질혁신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품질을 저해하는 어떠한 장벽이나 고정관념도 적극적으로 타파해 나갈 것입니다.
-CDMA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기술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기술종속 문제가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이 문제의 해소는 시급한 과제일텐데요.
▲CDMA 이동통신기술은 지난 96년 LG정보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종주국입니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미국의 퀄컴사가 보유함에 따라 기술특허료 문제, 핵심부품 수입 등 몇가지 점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는 물론 미국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현지법인인 샌서치(Sansearch)를 중심으로 핵심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자체 개발하고 있는 CDMA 핵심부품은 단말기와 기지국에 적용되는 핵심칩인데 특히 단말기용 핵심칩인 「Eagle칩」이 개발완료 단계에 와있어 올해 안으로 이 칩이 내장된 단말기가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기지국에 적용되는 ECM칩과 RF 관련부품도 멀지않아 국산화할 전망입니다.
LG정보통신은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CDMA 기술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전략사업부문의 포트폴리오가 중요한데 LG정보통신은 단말기사업에 다소 치중됐습니다. 향후 단말기에 이은 전략상품은 무엇이고 어떻게 육성할 계획인지요.
▲지난해 LG정보통신 매출의 50% 이상을 단말기가 차지할 정도로 단말사업이 LG정보통신의 주력사업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CDMA 이동통신단말기와 시스템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CDMA 이동통신단말기와 시스템 이외에도 승부사업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 2000 단말기 및 시스템과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무선가입자망(WLL) 등 가입자 전송장치, ATM, 네트워크장비 등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 네트워크장비로 외국제품이 주도하던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후 이들 장비의 라인업을 통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할 계획입니다.
-교환기사업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히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TDX-100을 포함한 올해의 교환기 사업전략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요.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전자교환기의 교체작업이 시작되고 제2시내전화사업자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하는 한편,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 앞당겨지면서 관련장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제품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대용량, 지능망에 대비한 ATM 등 차세대 첨단교환기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특히 TDX-100의 경우 이미 대우통신이 공급업체로 선정된 상태지만 LG정보통신을 비롯한 교환기 제조업체들에 기술이전을 통한 원활한 제품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LG정보통신의 미래상을 밝혀주십시오.
▲엔지니어링과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2005년 세계 10대 종합통신업체로 우뚝 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주축이 되는 고부가가치 미래사업구조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위해 핵심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스템의 최종조립 및 테스트 중심으로 생산부문을 재편하고 기술력을 강화해 생산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함과 동시에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 부문간의 연계성을 강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최고의 전문가집단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적 신사업을 개발하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세계 최고수준의 제품을 3개 이상 확보할 계획입니다.
<정리=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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