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빅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연말 LG산전의 지휘봉을 잡은 손기락 대표이사 부회장(62)은 산업전자분야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LG금속의 합병에 따라 오는 5월부터 연간 외형이 3조6천억원으로 늘어나는 거대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산업전자분야는 경기선행지수로 작용하는 일반적인 소비재 전자산업과는 달리 경기를 뒤따라간다는 의미의 소위 경기후행산업으로 지난해 최악의 불황기를 거쳤다. 손 부회장은 LG산전 사령탑을 맡은 지 채 1개월이 안됐지만 입사 이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와 럭키·금성전기·럭키금성상사·금성정밀 등을 두루 거친 재정경영담당 전문가답게 달러환율과 기업의 인수합병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산업계의 거시적 흐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손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내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만큼 LG산전은 물론 그룹 내에서 겪어 왔던 갖가지 변화에 대해 『그동안 겪어 왔던 일』이라는 표현으로 IMF 2년째를 맞는 LG산전 총수로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내보였다. LG그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제를 놓고 기업을 경영해 왔으며 LG산전 역시 이러한 승부의 선상에 있다고 강조하는 손 부회장을 박광선 산업전자부장이 만났다.
<편집자>
-먼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산업전자분야의 리더인 LG산전의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LG산전은 지난해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LG금속과의 합병이라는 초유의 변동까지 겪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발전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올해 경영구상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산업전자업계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IMF 한파로 인해 수많은 변화와 고통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러한 격랑이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경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외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올해 산업전자분야에서는 약 1조3천억원 정도의 매출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만 외형성장에 연연하는 영업방식은 지양하고 이제부터는 수익 위주의 경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또 전반적인 시장여건과 구조조정 과정임을 감안, 일반시설투자를 최소화하되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훈련비는 늘릴 생각입니다.
LG산전과 LG금속의 합병에 대해서도 상이한 분야의 합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LG금속은 LG산전이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전기와 엘리베이터의 핵심이 되는 동과 금속분야의 원천가공기술 및 소재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LG금속을 LG산전에 합병한 것은
시너지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용단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이 분야의 기업활동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또 앞으로 이를 위한 간접적인 조직개편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산업전자업계는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중전기기 등 경기후행적인 산업특성을 가지고 있어 소비재 산업체와는 달리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가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국내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경기후행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산전부문의 빠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건설경기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이 이뤄질 것이고 올 2·4분기부터 경기가 좋아진다는 예상도 있지만 산업전자의 특성을 볼 때 아무래도 내년쯤이나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수출확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침체상황이 계속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올 경영방향을 무엇보다도 성공적 구조조정 마무리, 그리고 일반사업 및 수출부문 경쟁력 확보를 통한 생존전략에 초점을 둘 생각입니다. 사업부문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자면 영업조직의 과감한 정비와 지방사무소를 단순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지요. 수출 차원으로 눈을 돌려보면 미화 달러당 원화환율 1천3백원선을 경기극복을 위한 저항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산전업계가 살아나려면 이보다 50∼60원 정도 더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LG산전은 지난해 외자유치와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올해 부회장께서는 자체적으로 어떤 차원의 경영변화, 또는 조정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중전기기와 엘리베이터산업을 양대축으로 삼아 LG산전을 키워 나간다는 점에는 커다란 인식의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LG산전이 많은 사업팀을 거느린 만큼 외자유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들 기업의 사업참여 제안조건이 맞는다면 인수합병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유연한 생각입니다.
특히 회사를 효율화시키기 위해 연내 정리해야 할 부문은 정리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형 사업분야를 요즘 유행하는 분사(EBO) 등의 방법을 통해 합리적이고 과감하게 조정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란 점은 재삼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구조조정과 맞물려 사업단위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것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영여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기업 내 각 사업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을 통해 사업별 경영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특성 및 경영성과에 따라 제반 제도를 차별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업부문별로 금융비용 이상의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제는 기업이 관행처럼 해왔던 허풍을 떨면서 외형을 늘려 나가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LG산전으로 보나 그룹 전체로 보나 주력이 되지 않는다 싶은 분야는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며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도 자연히 그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해외사업 전략방향과 수출목표에 대한 방향이 잡혀 있나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IMF를 겪은 동남아 국가들의 살림이 조금만 살아나면 올 수출시장의 활성화도 어느 정도 이뤄낼 것 같습니다.
여기에 구미와 남미를 중심으로 그동안 기반 다지기를 해놓은 것도 있는 만큼 수출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또 동남아 시장 가운데 여전히 중요한 시장인 중국에서 로컬라이제이션 등을 통한 수출확산과 확대를 지속해 나가고 있는 만큼 이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자신합니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계속 떨어져 업계의 최대 걱정거리가 되고 있습니다만 이는 지역별 전략상품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수출확대로 극복해 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국내 산전업계는 모두가 중국·동남아에 치중해 있는 수출대상지역을 미주·구주지역 등으로 다변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LG산전은 이같은 전략적 변화를 수행하기 위해 수출우선전략을 취하는 한편, 해외법인의 독자적인 법인운영능력을 키워 나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는 전 해외법인의 흑자화 원년으로 삼고 흑자달성에 전력하는 한편 흑자를 내지 못하는 법인을 과감히 철수시키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올해 수출은 1억8천만달러에 이를 것입니다.
-앞서의 경영방침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사업전략, 경영책임의 강화 및 조직의 효율화라는 원칙 아래 간접부문의 계층조직을 축소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해외사업의 조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지역장을 폐지하고 지역별 담당을 신설한 것은 이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부문의 경우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오히려 미주 및 구주 담당을 신설하는 등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 엘리베이터사업과 주차·모터사업을 통합하고 빌딩보수부문과 설치부문을 통합하는 등 비효율적인 조직을 통합·축소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한 바도 있습니다.
-LG산전에 부임하신 이후 강조해온 성과주의의 실천과 혁신활동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추진돼 나갑니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또 팀워크가 회사의 성과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직원 모두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전과 자율의 풍토를 조성해줄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개인과 조직에 대해서는 능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줄 생각입니다. 산업전자분야가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이니만큼 구조조정 와중에 생산현장에서 겪는 혁신활동은 기업경쟁력의 시발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부임하기 전까지 LG산전의 원가절감운동은 매우 효율적인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이를 기업생존 차원에서 지속해 나가면서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으로 연계시키면서 경영성과에 따라 제반 제도를 차별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제조업을 하는 이 분야 업체들이 놓치기 쉬운 점은 판매가격 관리와 채권을 정상적으로 운용하는 점일 것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생산공정에서의 재료비 절감·생산성 향상·품질관리 노력 등과 어우러질 때 생산혁신은 경영혁신과 연결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 있는 회사로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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