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미국 "니치 채널"시대로

 「니치 채널」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조만간 미국 시청자들이 위성방송·케이블TV 등의 매체를 통해 1천여개 이상의 분화된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역 채널을 포함해 현재 29개 채널을 겨우 운영하고 있고 위성방송의 본격 실시가 통합방송법의 제정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미국에서 현재 벌어지는 현상이 조만간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결국은 국내 방송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니치 채널의 증가 현상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최근 국내 방송환경에 적합한 채널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관한 논란이 활발한 시점이어서 미국의 사례는 국내 방송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작년 12월28일자 「TV채널이 늘어나면서 니치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니치 프로그램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최근 디스커버리는 여러 개의 니치 채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케이블TV 채널인 「디스커버리 윙스」를 통해 하루 종일 비행기와 비행기술에 관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며 의료 뉴스에 굶주린 사람은 「디스커버리 헬스」, 집수리를 즐기는 사람은 「디스커버리 홈 앤 레저」, 고대 세계를 탐험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디스커버리 시빌리제이션」을 각각 시청할 수 있다.

 음악 채널인 MTV와 VH1을 운영중인 MTV네트워크사는 서로 다른 장르의 7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VH1 컨트리(컨트리 음악)·VH1 솔(솔 음악)·VH1 스무스(재즈·뉴에이지 음악)·M2(시간대가 다른 MTV 채널)·MTV 록스(록·헤비메탈)·MTV인디(인디펜던트·랩 음악)·MTV리트모(라틴 음악) 등이다.

 이는 마치 작은 라디오 다이얼을 TV세트에 옮겨 놓은 것 같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평가다.

 브라보네트워크사는 「국제 필름 채널」을 구상중이며 자회사인 「아메리칸 무비 클래식」은 대중문화 역사에 관한 채널을 계획중이다. 라이프타임사는 24시간 방송인 「라이프타임 무비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 채널인 「폭스 패밀리 채널」은 아예 남자·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각 별도의 채널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홈 앤 가든 텔레비전」은 집수리 애호가를 위한 채널을 제공할 예정이며 건설업자·배관업자 등 전문가용 디지털 채널의 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E네트워크사는 전기(바이오그래피)와 국제 역사에 관한 채널의 운영을 이미 시작했다.

 이처럼 니치 채널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니콜라스 다베츠 A&E네트워크 사장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배에 올라타야 한다』 『사람들이 미국을 발견했는데 나는 아직도 그리스에서 양치기하고 있기는 싫다』라고 말한다.

 마크 로젠털 MTV네트워크 사장은 『20년 전 케이블TV가 시작됐을때 사람들은 ABC·CBS·NBC·PBS 등과 독립방송국의 4∼5개 채널만 볼 수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은 「내게 40개의 채널이 있다면」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40개의 채널이 가능해지자 사람들은 텔레비전 사용하는 방법을 다시 배웠다. 나는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고 말한다.

 TV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앞으로 그들의 프로그램을 인터넷과 연결할 것이며 광고주들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할 때와 같은 변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이상이다.

 이것은 마치 라디오에서 TV로 전환했을 때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라고 톰 타이러 폭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말한다.

<정리=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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