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현 BTC정보통신 사장
최근 해외에서 배달되는 우편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제전시회 참석요청서나 전시회 참석 후 소감에 대한 설문조사지인 것을 보면 우리와 무역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회사매출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해외의 다양한 전시회 아이템과 행사의 사후평가까지 세심하게 수집하는 그들의 노력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국제행사가 자주 열리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이후 올림픽 열기가 사회를 휩쓸면서부터였고, 한국의 국제행사 개최능력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문화 분야의 국제행사가 아닌 컴퓨터기술 분야로 한정해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국제전시회 수준은 아시아의 경쟁국에 비해서도 많이 뒤처졌다고 생각된다.
명색이 전자수출대국을 자처하는 국가에서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인지도를 가진 컴퓨터관련 전시회가 전무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 컴퓨터관련 전시회에 참가한 후에 괜한 비용만 지출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불경기로 인해 전시회 참가업체나 눈길을 끌 만한 신상품이 줄어든 탓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시회 고유의 뚜렷한 특색도 없이 종합선물세트식으로 구색만 갖추고 보는 우리의 「전시회 마인드」부터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산업계의 정보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도 국내 컴퓨터관련 전시회 아이템은 지난 수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래 정보유토피아」를 홍보하는 대중적 컴퓨터전시회보다는 특정 분야의 기술흐름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구매상담을 목표로 하는 세분화된 컴퓨터전시회가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전시회 아이템에서 벗어나 보안솔루션이나 USB관련 기술 등 현재 컴퓨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 전시회로 과감히 탈바꿈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전시회는 해당 전문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자국에서 손쉽게 구축, 막대한 해외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정보인프라 구실을 한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 등은 이같은 전문전시회를 자기 나라에서 유치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인식하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국·독일 등에서도 전시회 개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따로 있을 정도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실정이다.
옛날부터 큰 장터가 서는 동네가 번성해 왔듯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 만한 유명 전시회는 곧 그 나라 해당 산업의 발전과도 직결된다.
가까운 대만이 세계 제일의 PC부품 생산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컴퓨텍스 타이베이」 같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주변기기 분야의 권위있는 전시회를 매년 개최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는 2002년 월드컵 행사와 인천신공항 개항 등 향후 수년간 한국이 국제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유리한 카드를 우리가 잘 활용한다면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컴퓨터관련 전시회 3, 4개를 육성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시작은 정부와 전시회 주관단체의 「백화점식 전시회 마인드」에서 거품을 빼는 「구조조정」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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