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기묘년 운수

 기묘(己卯)년 새해에는 좀 나아질까.

 「범띠 해」인 98년 전자업계는 정말 바빴다. IMF 극복이요, 구조조정이요, 내수진작이요 하면서 1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게다가 연말에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사업 빅딜문제로 해를 넘겼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지만 그동안 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전문인력들의 퇴출, 중견기업의 부도 등으로 가슴아픈 일도 적지 않았다.

 IMF로 과거 어느 해보다 어려웠던 무인년이 가고 「토끼띠 해」인 기묘년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 운세에 거는 우리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IMF 극복에 갖은 노력을 기울여온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새해는 지난해와 달리 경기가 회복되고 사업이 번창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간절하다.

 그러나 역술인들이 보는 기묘년 새해의 우리나라 운세는 그리 좋지 않다. 토끼를 바다에서 구하고 물고기를 산에서 구하며 눈 위에서 죽순을 구하는 괘가 나왔다. 역술인들은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할 세라며 우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경제적으로 IMF관리체제에 들어간 우리 경제위기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교역은 많으나 적자를 보고 많은 사람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이긴 하지만 별 성과가 없는 운세라는 것이다.

 우리는 역술인들의 이러한 예측을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운수나 예언처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다. 좋은 운수라고 마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쁜 운수라도 노력에 따라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이 하기에 달린 것이다. 기묘년 새해 우리의 운세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모든 흉사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기묘년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별주부전」 「토생원전」 등 민담·전설·문학작품에서 귀엽고 지혜로운 성정의 동물로 등장한다. 지난해 못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올 한해를 토끼처럼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차분하고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IMF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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