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이 있다. 「영재가 숲을 이룬 곳」이라는 뜻의 ERP업체인 영림원의 권영범 사장(44)이 바로 그 주인공.
다른 업체의 경영자와 달리 권 사장은 직접 개발에도 참여한다. 요즘 그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자식뻘인 20대 연구원들과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권 사장의 명성은 꽤 높다. 그는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에 재직하면서 83년 전국체전에서부터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대회에 이르는 일련의 전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공시켰다. 또 90년 초반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성공, 이름을 널리 알렸다.
권 사장은 지난 77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를 마친 후 첫 직장으로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에 들어가 IT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82년부터 6년 동안의 연구원생활을 거쳐 88년부터 5년 동안 큐닉스데이타시스템의 소프트웨어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큐닉스에서 그는 국내 최초의 다운사이징 프로젝트인 대한페인트잉크사의 경영정보시스템 구축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국내 다운사이징의 선구자」라고 부른다.
일련의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는 기업정보화사업에 눈을 떴고 93년에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
국내 최초의 ERP 패키지 소프트웨어인 「K시스템」을 비롯해 영림원의 모든 제품은 오랜 엔지니어 경험을 쌓은 권 사장의 손을 직접 거쳐 만들어졌다. 영림원의 엔지니어들도 대부분 바로 큐닉스에서 권 사장과 손발을 맞췄던 동료개발자들이다.
엔지니어 출신이라서인지 권 사장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남다르다. 영림원의 35명 인력 가운데 25명이 기술인력이다. 또 연간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붓고 있다. 「K시스템」을 개발한 지난 96, 97년에는 2년 전체 매출액의 70%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을 정도다.
「K시스템」은 조직과 업무흐름에서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외산 ERP와 달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즉시 반영하는 유연한 설계구조를 채택했다. 또 외산제품에 비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사장은 그동안의 개발성과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개방형 3계층 컴포넌트 구조로 설계하고 그룹웨어, 전자문서관리(EDM), 제품정보관리(PDM)와 같은 부가SW를 연동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는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외산제품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ERP패키지의 개발을 꿈꾸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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