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영상업계의 최대 화두는 「스크린쿼터제」 존속 여부다.
IMF사태 이후 가뜩이나 움츠린 영상업계에 이 문제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거국적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며 스크린쿼터의 축소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업계를 비롯한 영상업계는 『스크린쿼터제가 철폐되면 한국영화는 그 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서야 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극렬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관측통들도 한미투자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스크린쿼터제에 손을 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스크린쿼터제 철폐여부는 올 상반기 내내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매듭도 가능하겠지만 이는 영화인들이 제안하는 「약간의 수정」선에서 그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일 뿐이다.
프로테이프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수익금분배제(RSS)」의 확산 여부와 이에 따른 유통망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대기업들의 사활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한해 내내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RSS는 일단 내달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1월말부터 사업에 들어가는 신세기 엔터플라이즈의 경우 RSS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유통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이바지한 공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회사의 RSS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디오 메이저사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상황이 반전되겠지만 그동안의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현실적인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RSS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옅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관련업체들이 이미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프로테이프 가격인상 문제도 뜨거운 감자 노릇을 할 것 같으나, 새해 벽두부터 이 문제가 점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는 무엇보다 작년에 유보됐던 「통합방송법 제정」문제라 할 수 있다. 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인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구조 개혁과 방송의 독립성 제고라는 소기의 목적을 완수하고 3개월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통합방송법을 제정할 수 있느냐에 방송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개혁위원회의 활동결과에 따라 방송산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이 이뤄질지, 아니면 방송사 내부의 자율적인 구조개혁에 그칠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송개혁위원회가 확정한 정책방향에 대해 특정집단이나 방송사업들이 불복, 방송사 내부 또는 사업자간에 심각한 내홍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방송법이 제정되고 방송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지면 국내방송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본격적인 다매체·다채널 경쟁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TV가 다매체·다채널의 매력을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기는 했으나 이는 단지 서곡에 불과할 뿐이다.
그동안 시험방송 형태로 운영되던 디지털 위성방송이 이르면 연말께 도입되고,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지상파 디지털방송도 연내에 KBS가 시험전파를 발사할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국내 방송산업구조가 지상파 위주의 독과점체제에서 지상파·케이블·중계유선·위성방송 등이 경쟁하는 복합경쟁체제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산업 구조개편과 방송시장의 신규진출은 작년부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재벌그룹의 빅딜과 국내기업들이 갖고 있는 방송산업에 대한 미래전망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방송산업을 비주력업종이나 한계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임과 관련한 법규제정 문제는 한해 내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여당은 이와 관련, 음반 및 비디오물·게임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공중위생법을 대신할 이 법률안은 그러나 업계로부터는 「게임방」과 같은 새로운 업태나 콘텐츠산업에 대응하기에는 맹점이 많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마련하면 이같은 업계의 노파심은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등 음비법 자체에 신종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조문을 마련해 달라는 업계와는 크게 상충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 컴퓨터게임방과 관련한 관계법령 개정작업도 당국과 업계가 크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 풀이를 둘러싼 정부당국과 게임업계간 논란이 예상되며, 가정용 및 업소용 게임기에 대한 업계의 특별소비세 인하요구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적지 않다.
<영상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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