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산업 핫이슈> 분사화.아웃소싱.. 슬림화 없인 못산다

 전자·정보통신산업 재도약의 새해가 밝았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이 그동안 위축됐던 몸을 추스리고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중복투자와 과당경쟁 등으로부터 빚어진 부실과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이 분야별로 가속되고 일부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전이나 반도체의 경우 기존 3각 구도에서 2각 구도로 정비될 조짐이며 개인휴대통신(PCS) 및 케이블TV사업 분야도 구조조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변화하는 기업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분사와 아웃소싱 등으로 슬림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자·정보통신업계의 노력만으로는 IMF 이전에 구가했던 활황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경제 전반을 떠받치고 있는 환경요인들이 매우 복잡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IMF사태와 아시아경제 위기여파로 성장이 뒷걸음질쳤던 전자·정보통신산업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금리인하 영향으로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인 불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EU 등 선진국 경기가 후퇴될 전망이고 아시아지역 경기도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교역여건도 여전히 암울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경제의 불안 △신흥국의 외환위기 △엔화·위안화 불안 △일본의 경기침체와 금융시스템 불안지속 등 세계 도처에 불황을 유발할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지난해 강하게 불었던 국내 산업기반 붕괴현상이 어느 정도 멈추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추가하락 없이 불황터널에서는 벗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은 기업구조 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출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대하기 힘들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수출비중이 높은만큼 세계경제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반도체·가전·정보통신 등 업종별로 호·불황이 큰 폭으로 엇갈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점차 회복기조는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자산업진흥회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자산업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8.2% 증가한 4백16억달러, 내수는 2.4% 증가한 11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통신서비스시장은 지난해보다 11% 정도 급신장,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에 영향을 미칠 대외적인 환경요인으로는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환경의 급격한 변화」 「유로화 출범」 「전자상거래 확산 및 밀레니엄 버그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수출환경 변화는 우선 세계 총수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동아시아국가들의 경기침체 지속여부가 변인이다. 이들 지역도 산업구조 조정여파로 수입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전자·정보통신산업의 교역환경이 악화되는 것이다. 또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에 따른 통상압력과 전문서비스시장의 개방압력 강화도 변인 중 하나다.

올해 1월1일부터 출범하는 유로(EURO)화는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U 경제권내 민간기업들간 비현금 거래에서 사용이 일반화될 유로화는 세계경제를 미 달러통화권과 함께 양분시킬 요인으로 부상할 게 틀림없다. 물론 유로화가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에는 유로화가 오히려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늦어질 경우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전자상거래 확산은 세계교역 환경에 변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전자·정보통신산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는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한 국가간 전자상거래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각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이는 국내에 정보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전자상거래 추진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전자상거래 확산은 우리에게 호재와 악재를 겸비한 이중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년을 앞두고 있는 밀레니엄버그로 대변되는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Y2k) 문제 해결여부도 올해 국제간 주요 통상이슈로 부상할 요인 중 하나다. 그만큼 올 한해 국내기업의 Y2k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외적 요인뿐 아니라 내적 변화요인도 많다. 기업구조 조정의 확산은 올해도 핫이슈로 부상할 게 틀림없다. 반도체부문의 경우 이미 현대와 LG가 통합법인을 만들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한 상태며 가전의 경우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하기로 결정된 상황이다. 이는 업계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PCS와 케이블TV 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함께 슬림화에 나서면서 분사가 줄을 잇고 전문업무뿐 아니라 자원까지 아웃소싱을 활발하게 전개할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발한 벤처창업도 올해의 한 흐름이다. 특히 벤처창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경제구조를 건실하게 하는 전문기업집단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도가 중소 전문기업집단 중심으로 변화될 게 분명하다. 물론 이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될 「빅딜 저항」이나 「고용(승계) 안정문제」 등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습하느냐가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속적인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과 금강산 관광 등을 계기로 남북간 경제협력이 활기를 띠면서 전자·정보통신업계의 북한 진출붐도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경영 측면에서 보면 재무구조 건전화 실현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가 2000년까지 기업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축소할 것과 과다차입금의 손비 불인정, 대기업 계열사간 상호지급 보증해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30대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또 회계기준의 국제화와 이사회 기능제고, 소수 주주권 강화 등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영도 새롭게 각광받을 분야 중 하나다. 기업의 정보화 진전은 경제활동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게 해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스피드화를 가속시키고 경쟁심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식자원의 축적과 활용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올 한해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란 화두를 풀기 위해 분주한 한해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업계로서는 세찬 구조조정 바람에 살을 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 또 IMF 극복을 위한 수출총력 경영체제 정착,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등 개방경제시대에 맞는 경영을 펼쳐야 하는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제 전자·정보통신산업을 21세기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하는 과제만 남아 있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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