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전자업계의 지도가 바뀐다.」
국내 전자산업계는 새해 원단부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빅딜,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려 있다.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외부 요인이 가세하면서 정보통신은 물론 반도체·가전 등 전부문에 걸쳐 전자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같은 급류는 지난 20여년간 유지됐던 국내 전자업계의 기존 질서를 차례로 허물었고 올해는 말 그대로 전자산업계의 새판 짜기가 마무리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국내 업계의 지도가 바뀌면 그 충격파는 전세계에 곧바로 퍼져나간다. 이미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된 한국경제의 중추인 전자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한 채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면 경쟁관계에 있는 전세계 전자산업계가 긴장하게 되고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가 한국의 새로운 전자산업 지도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새판 짜기의 선봉은 단연 반도체 부문이다. 아서 D 리틀(ADL)이 구랍 25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법인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언함으로써 반도체 빅딜은 격랑을 타게 됐다.
LG반도체의 반발과 저항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미루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게 될 것이고 결과는 세계 제2위의 메모리 반도체업체 탄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삼성·LG·현대라는 3각 정립체제가 삼성과 현대-LG연합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메모리시장에서도 점유율 1, 2위 업체가 모두 한국업체라는 초유의 판도가 형성된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17.7%, 현대-LG연합이 16.5%의 세계시장을 점유, 올해 반도체 빅딜이 완결될 경우 산술적으로는 한국업체들이 34%가 넘는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자동차를 떼어주고 대우전자를 넘겨 받게 되는 가전부문은 전자산업 전체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가전 3사의 개념을 깨뜨리는 수준이 아니다. 수천개의 계열 유통업체에서부터 부품협력업체, 나아가 전세계 현지공장 및 협력사들에게도 일대 변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가전부문 구조조정은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배력을 향상시키는 차원보다는 전기밥솥·헤어드라이어 등 기존 가전 3사를 수요처로 시장을 형성해 온 중소형 가전업계의 통폐합, 사업 철수 등을 유발시켜 중소업계가 유탄이 아닌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지 현실화한 것이 거의 없는 통신시장도 올해에는 거센 구조조정 바람을 피해 가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5개 이동전화사업자의 경우 정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자연스런 퇴출 및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신 구조조정의 변수는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빅딜에 따른 일종의 보상 빅딜이 이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엄격히 금지돼온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동일인 지분한도가 새해부터 폐지돼 온세의 현대전자, 데이콤의 LG 등 「숨어 있던 주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유선통신부문과 이동전화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보상 빅딜, 구조조정이 맞물린다면 아예 판 자체가 송두리째 뒤바뀔 수도 있다.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무선호출은 이미 일부 사업자간 인수합병이 시장내에서 진행되고 있고 올해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통신 전문가들은 결국 이동 및 유선 전화사업자가 각각 2, 3개사로 재편되고 유무선사업자 간의 교차 합병도 이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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