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뒤늦게 터져나온 「스크린쿼터제」 철폐 논란과 함께 정부의 일본대중문화 개방 천명 등 숱한 사건들이 많았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대기업 구조조정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영상업계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의 눈을 통해 올해의 주요 사건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올 한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IMF 한파로 영상업계는 꽁꽁 얼어 붙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일본대중문화 개방 방침이 터져나왔습니다. 방송계는 기대했던 통합방송법 제정이 내년으로 미뤄졌고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중계유선의 방송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낳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업계의 논란에도 불구, 김대중 정부의 공약대로 빗장을 열게 됐습니다. 다행히 완급을 조절하는 단계별 개방 방침이 나와 업계는 한숨을 돌리는 모습들이었지만 음반업계 등은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입니다. 개방 일정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죠.
▲방송계는 최종단계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내년으로 미뤄진 점에 대해 더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통합방송법에 중계유선을 포함시키는 문제로 촉발된 케이블TV업계와 중계유선사업자간의 싸움은 힘겨루기 양상을 띠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산업계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의 경우 신종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게임방」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게임방의 등장으로 패키지 게임, 온라인 게임 등이 특수효과를 누린 것은 물론 PC제조업체, 네트워크업체 등도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중견 유통업체의 연쇄부도와 극심한 수요위축으로 PC게임업체가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이 14만 카피를 넘어 한해 판매실적으로는 최고의 기록을 올린 것도 게임방 덕택이었고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도약도 게임방을 등에 업은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지난 11월 중순 문화부가 게임방을 기존의 컴퓨터 게임장으로 허가받도록 「게임방 관리지침」을 내리자 게임방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화부 지침을 보도하자 본사에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문화부 담당부서는 정상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항의와 문의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문화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무허가 게임방에 대한 단속개시 일정을 별도의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는 후속지침을 마련했지만 게임방업체들은 「별도의 사업자 지정」을 요구하고 있어 새해에도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계는 지난 11월 한·미 통상협정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스크린쿼터 폐지 또는 축소 문제가 큰 이슈였습니다. 영화업 종사자들은 「스크린쿼터 존속」을 지난 88년 미국영화의 직배를 허용한 이래 최대의 생존권 문제로 인식, 반발이 거셌습니다. 문화부와 외교통상부의 부처간 의견차이로 영화인들과 사회단체들을 거리로 나서게끔 만들었습니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새해 벽두에도 쟁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영화진흥법·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등 제반 영상관계법 개정에도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음반시장은 「신나라유통 독주체제」가 정착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나라는 안정적인 자금력과 유통망을 기반으로 「아가동산사건」 등의 내부 진통과 IMF를 거뜬히 돌파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견 음반도매상들의 도산이 잇따르면서 「신나라 없이는 음반물류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지요. 당분간 신나라를 견제할만한 음반유통세력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송계도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고 뒷말도 많았습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선도하는 매체로 인식됐던 케이블TV업계는 올해 그 어느 매체 보다도 가혹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IMF 이후 가입자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더니 급기야 5개 프로그램공급사(PP)가 줄줄이 부도를 맞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지요. 게다가 한전의 전송망사업 중단은 케이블TV업계를 사지에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2차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아직까지도 개국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케이블TV의 부실 문제는 이제는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 정권에서 행해진 정책이라고 해서 현 정부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통합방송법에 중계유선의 포함여부를 둘러싼 케이블TV업계와 중계유선간의 갈등은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가 지난 30여년간 지역에 뿌리를 내려온 중계유선과 맨손으로 싸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중계유선사업자들이 난시청 지역의 해소와 균등한 방송 시청권을 전국민들에게 제공했다는 공과를 감안할 때 중계유선을 음지로 몰아넣는 전략이나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을 중단하는 사태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결코 재현돼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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