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77)

 홍 박사의 집은 성북동 산자락에 있었다. 바로 옆에 청와대로 이어지는 인왕산 순환도로가 있고 그 너머에는 대통령이 사는 집이 있었다. 홍 박사의 집 앞길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거나 승용차가 없으면 한동안 걸어가야 했다. 나로서는 승용차가 당연히 없었고 택시를 타자니 돈이 아까워서 걸어다녔다. 산길이기 때문에 한동안 걸으면 기운이 쑥 빠진다.

 그렇게 걸어 집앞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면 가슴이 떡 벌어진 보디가드인지 수위인지가 문을 열어준다. 그 문지기는 항상 정장을 하고 있었으며 목이 굵어서 머리와 목이 구분되지 않았다. 그 수위실 옆에는 부속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은 운전기사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청지기인지 집사인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중년이 있었다. 그렇게 수위실을 지나 외국산 잔디가 깔려 있는 오솔길을 올라간다. 담장 안이 모두 1만평이라니까 한참 올라가야 했다. 성북동에 이렇게 큰 대지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밖에서 보면 담장이 둘러처진 이곳이 청와대의 부속 건물 정도로 보이지 개인집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밤에는 그 오솔길에 아치등이 켜져 길을 밝혀준다. 넓은 정원을 지나 자갈이 깔려 있는 현관 입구로 들어선다. 자갈도 질이 달랐다. 모두 강자갈을 가져다 놓아서 검고 흰 돌이 반짝거렸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거실이 나오고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에스컬레이터였다. 나는 백화점이 아닌 개인집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것을 처음 보았다. 그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 올라서면 자동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처음에 계단인 줄 알고 올라섰는데 그것이 움직여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는 계단이 무너지는 줄 알고 비명을 지를 뻔했던 것이다.

 아래층 거실 바닥에는 이탈리아 대리석이 깔려 있고 벽난로는 유럽식으로 크고 화려했다. 날씨가 추워도 기름 보일러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벽난로에 불을 피울 필요가 없었고 불을 피운 것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거실 한쪽에는 손님 접대용 응접실이 있고 홍 박사와 남편 김 회장의 안방이 있다. 아직 그 안방에 들어가 본 일은 없지만 방안의 장식은 화려할 것으로 믿어진다. 위층은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내가 가르치는 돌대가리 용희가 쓰는 방이 있고 그 옆에는 용희의 두 동생이 쓰는 방이 있었다. 두 동생은 모두 여자아이인데 한 애는 유치원에 다니고 조금 큰 애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 둘은 홍 박사가 낳은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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