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영상사업 구조조정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삼성·대우·현대 등 영상업계 빅3그룹은 일단 계열사의 흡수통합 및 분사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강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들 대기업의 위상변화와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는 극처방쪽으로 방향타를 잡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업계는 현대가 금강기획의 별도법인으로 설립한 현대방송을 일단 현대전자로 이관한 후 사업추진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영상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또한 금강기획을 그룹에서 완전 분리한다는 방침 아래 최근 실사팀을 구성하는 한편 금강기획 지분의 매각 추진을 위해 다이아몬드 베이츠 등 외국기업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영상사업은 주력 업종에서 완전 제외되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95년 각 계열사의 영상사업부문을 집중화하기 위해 출범시킨 삼성영상사업단을 일단 해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독립법인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을 그룹에서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는 연초 삼성이 발표한 중앙일보와의 지분청산 등을 전제로 제시한 삼성영상사업단의 「스몰딜」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업계 소식통들은 삼성이 영상사업단의 캐치원과 Q채널을 중앙일보에 넘기는 한편 영화를 비롯한 영상사업은 제일기획에서 관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최근 삼성영상사업단이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도 이를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계열 비디오제작사인 스타맥스는 제일기획으로의 편입이 점쳐지고 있으나 수익구조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잔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의 경우 분사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잔류 가능성도 제기하고는 있으나 오는 2000년까지 계열사를 10개로 축소하는 한편 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실현하겠다는 김우중 회장의 잇단 발언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평이다. 다만 케이블방송인 DCN까지 얹어 내보낼 경우 기존 영상부문의 사업구조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DCN의 잔류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경우 DCN은 외국기업 또는 국내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빅3」의 영상사업 빅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른바 삼성과 대우의 케이블TV 사업교환설은 업계에서는 「이야기 수준」을 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가 이를 강력히 권고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밑그림이 그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들 그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까지 어떤 결론도 내린 바 없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와 대기업들의 영상사업 확대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 정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업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영상사업과는 완전히 결별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어 올 연말을 기점으로 한 내년 영상산업계의 대기업 판도는 크게 달라질거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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