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덤핑제도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1년 이상 끌어온 한·미간 반도체 무역분쟁에서 우리나라가 승소, 향후 미주시장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8일 외교소식통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국 정부의 제소로 설치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패널은 7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미국이 현대전자 및 LG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지속시키면서 적용하고 있는 미국 연방행정규제법 관련 조항이 WTO 반덤핑 협정에 어긋난다고 판결, 미국 정부에 관련 조항의 시정을 권고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을 상대로 제소한 국제무역 분쟁에서 WTO의 분쟁해결 절차를 이용해 승소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WTO 패널이 시정을 권고한 조항은 미국 상무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반덤핑조치 철회요건 중 「해당 기업이 향후 또다시 덤핑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WTO 패널은 이 조항이 「(수입) 당국은 반덤핑 관세의 부과를 계속할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야 하며 더 이상 반덤핑 관세 부과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즉각 반덤핑 조치를 종료해야 한다」는 WTO 반덤핑협정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 조항을 악용, 외국기업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미국에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WTO 패널은 지난 10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부 중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6일 최종보고서를 회원국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WTO의 결정에 대해 당사국인 미국이 상소하지 않으면 2개월 내에 WTO 분쟁해결기구(DSB)에서 채택되며 패소국은 결정된 사항을 즉각 이행하거나 이행이 어려울 경우 당사자간 합의나 DSB의 동의를 얻어 15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
이 조항이 개정될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자의적인 기준으로 반덤핑 조치를 지속시킬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시장에 상품을 수출중인 각국 기업들의 대미 교역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이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D램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3년 연속 0.5% 미만의 미소마진 판정」을 해놓고도 덤핑을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자 지난해 8월 미국을 WTO에 제소했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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