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모두 이해하는 것으로 알고 한없이 지껄여댔다. 그러나 후에 생각해 보면 그녀는 한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나를 위해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여학생이 자주 회사를 방문하면서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나에게 주고 갔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는 도시락을 나의 책상 위에 놓고 갔다. 배용정이 그대로 있지 않고 나를 놀려대었다.
『이봐, 자네 그 여학생 따먹은 것이 틀림없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자주 도시락을 싸들고 오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분명히 따먹었어. 하루에 몇 번 했니?』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선배의 어투는 너무 몰상식하고 음탕했기 때문에 대꾸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말했다.
『여자에 대한 세상 남자의 생각은 크게 두 종류가 있지. 첫번째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일단 따먹고 생각해 보는 스타일과 두번째 종류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아끼고 키우면서 뒷날을 생각하는 남자지. 그런데 모두 단점이 있지. 먼저 따먹은 놈은 책임이 따르지. 그래서 불행한 결혼을 한 사내가 지구 위에 얼마나 많은지 아니? 그런데 아끼고 감춰두는 사내라고 좋은 것은 없어. 그 측은 우물거리다가 십중팔구 다른 놈에게 빼앗기지. 자네는 어떤가? 아직 안 따먹었다고? 그렇다면 아끼다가 다른 놈에게 빼앗길 스타일이지.』
그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킬킬거리고 웃었다. 특히 결혼한 지 한 해가 넘지 않은 김문식이 웃어대자 배용정이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
『김 선배는 그렇게 웃지 마십시오. 속도위반으로 코가 꿰어서 결혼을 했다는 소문이던데요?』
『그런 헛소문은 누가 내었지? 나는 지극히 정상이야.』
『김 선배는 지금도 꼼짝 못해서 퇴근시간이면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지 않습니까?』
『내가 가정적이라고 해서 나쁠 거 없잖아. 자네도 결혼해 보게. 다 좋은 게 좋은 거야.』
『결혼을 왜 합니까? 나는 미아리와 오팔팔이 망해서 문을 닫기 전에는 결혼을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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